기다림의 대답
1. 오작교의 서약과 가슴 깊은 고백
달빛이 완월정(翫月亭) 연못에 드리워져 은백색 물비늘로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오작교(烏竹橋)의 가장 높은 홍예 위, 밤바람이 수양버들 가지를 흔들며 지나갈 때마다 사각거리는 잎새 소리가 두 사람의 귓가를 스쳤다.
재환의 손바닥 위에 단정하게 놓인 벨벳 상자 속에서 백금 반지가 푸르스름한 달빛을 받아 투명한 빛을 뿜어냈다.
반지 안쪽에 흑청색 음각으로 정교하게 새겨진 라틴어 법언 'Mane nobiscum'과 '끝까지 남은 사람에게'라는 글귀가 지유의 떨리는 눈동자에 선명하게 비쳤다.
그 옆에는 백부에게 물려받아 가문의 숙명을 짊어졌던 독일제 검은 옻칠 각인 만년필이 놓여 있었다.
지유는 숨을 들이켜며 자신의 네 번째 손가락에 닿아오는 차갑고도 단단한 금속의 감촉을 느꼈다.
재환의 조심스러운 손길을 통해 반지가 마디를 지나 온전히 자리를 잡는 순간, 지유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파도가 밀려올라 목덜미를 적셨다.
눈물이 왈칵 솟구쳐 시야를 흐려놓았다.
"재환아......."
떨리는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목소리는 바람결에 흩어질 듯 가늘었으나 그 안에 담긴 무게는 지난 7년의 모든 계절을 품고 있었다.
재환은 여전히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들어 지유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언제나 서슬 퍼런 법복과 칼날 같은 증거 서류 앞에서도 미동조차 하지 않던 그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지유는 조용히 무릎을 굽혀 돌다리 위에 앉았다.
서로의 무릎이 맞닿았다.
차가운 화강암의 냉기조차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뿜어내는 온기 앞에서는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
지유는 떨리는 두 손을 뻗어 재환의 젖은 뺨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거친 세상과 맞서 싸우며 굳은살이 박인 그의 얼굴에 지유의 따스한 손바닥이 온전히 밀착되었다.
"바보 같으니라고. 왜 울려고 그래......."
지유가 젖은 미소를 지으며 엄지손가락으로 재환의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닦아냈다.
그 손길에 재환은 참아왔던 숨을 길게 토해내며 지유의 손등에 자신의 이마를 파묻었다.
어깨가 잘게 떨려왔다.
"미안해, 지유야....... 너무 늦어서, 너무 모진 길을 혼자 걷게 해서....... 내가 남겨두고 간 약속 하나 때문에 네가 견뎌야 했던 그 수많은 상처들을 생각하면, 난 아직도 가슴이 찢어져."
서울로 압송되던 기차 안에서부터 신림동 고시촌의 단칸방, 그리고 서초동 특수부와 남원지청 취조실에 이르기까지 그를 버티게 했던 유일한 이름이었다.
그러나 그 이름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동안 남원에 홀로 남겨졌던 소녀가 흘려야 했던 피눈물을 재환은 단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었다.
지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진 백금 반지가 달빛 아래서 맑은 광채를 발했다.
"아니야, 재환아. 난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 서울로 떠나는 네 뒷모습을 보면서 남원 톨게이트 아스팔트에 무릎이 깨졌을 때도, 붉은 페인트가 온 가게를 뒤덮고 쇠파이프가 유리창을 깨부술 때도, 심지어 엄마를 먼저 떠나보내고 차가운 영안실 바닥에 홀로 앉아 있을 때도......."
지유의 눈에서 떨어진 눈물방울이 재환의 손등 위로 툭 떨어졌다.
"난 당신이 돌아올 것을 단 한 순간도 의심하지 않았어."
그 한마디가 허공을 울리는 순간, 재환의 심장이 멎는 듯한 전율이 일었다.
지유는 맑고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재환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그 눈빛은 7년 전 요천 둑길에서 자전거를 타며 수줍게 웃던 열여덟 소녀의 순수함 그대로였고, 동시에 거악의 폭압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삼거리 김밥집을 지켜낸 굳건한 여인의 위엄이었다.
"너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웠잖아. 너의 법은 권력자의 방패가 아니라 약자의 약속이어야 한다고 외쳤던 그 목소리를 난 매일 밤 라디오 너머로 들었어. 그러니까 미안하다고 하지 마. 네가 돌아왔을 때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서 있기 위해 내가 버텨낸 거니까. 내 기다림은 고통이 아니라, 너를 향한 내 사랑의 방식이었어."
재환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더 이상의 어떤 언어도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7년의 시간을 다 담아낼 수 없었다.
재환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지유를 자신의 품안으로 끌어당겼다.
지유 역시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달빛이 두 사람의 실루엣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 오작교의 가장 높은 곳에서, 두 사람의 입술이 자연스럽게 포개어졌다.
그것은 지난 7년 동안 쌓여온 아픔과 그리움, 눈물과 피땀을 단번에 녹여내는 깊고도 애절한 입맞춤이었다.
지유의 입술에서 번져오는 따스함이 재환의 영혼 가장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다.
그것은 세상 그 어떤 사법적 승리나 판결문보다도 완전한 구원이었다.
떠나는 자가 남겼던 맹세와, 머무는 자가 지켜낸 기다림이 마침내 한자리에서 만나 영원이라는 이름으로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2. 달빛 아래의 맹세와 친구들의 눈물
두 사람의 입술이 서서히 떨어졌을 때, 서로의 숨결이 서늘한 밤공기 속에서 하얗게 피어올랐다.
재환은 지유의 이마에 가만히 자신의 이마를 맞대며 그녀의 손을 쥐었다.
네 번째 손가락에 자리한 반지의 서늘함이 서로의 체온으로 점차 따스하게 덥혀지고 있었다.
"지유야, 이 펜도 이제 네 거야."
재환이 난간 위에 놓여 있던 검은 옻칠 만년필을 집어 지유의 손바닥에 쥐여주었다.
'Fiat justitia, ruat caelum(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이라는 라틴어가 금빛 캡에 선명히 새겨진 만년필이었다.
가문의 규율이었고, 백부의 유산이었으며, 친부 성호석과 거악 강태석을 법정에 세우는 공소장을 작성했던 바로 그 만년필이었다.
지유는 손바닥에 닿는 묵직한 만년필의 무게를 느끼며 가만히 고개를 들었다.
"이 펜은 이제 더 이상 누군가를 심판하고 죄를 묻는 칼날이 아니야. 네가 남원에서 굶주리고 억울한 이웃들에게 건넬 따뜻한 밥 한 줄처럼, 사람을 살리고 약속을 적어 내려갈 도구야. 내 모든 법률과 내 모든 시간의 주인이 너이듯, 이 펜의 주인도 너여야 해."
지유는 만년필을 조심스럽게 가슴에 품었다.
그 펜 안에 담겨 있는 잉크는 자신이 남원여고 앞 문구점에서 용돈을 모아 샀던 깊고 푸른 흑청색 잉크였다.
정의와 진심이 하나로 엮여 마침내 안식처를 찾은 셈이었다.
그때였다.
오작교 아래 팽나무 고목 뒤편 어둠 속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흑....... 으흑....... 하은아, 나 진짜 눈물 나서 못 참겠다. 저 자식들 드디어 저러고 있네......."
코를 팽 푸는 소리와 함께 낯익은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지유와 재환이 놀라 고개를 돌리자, 팽나무 그림자 뒤에서 최민재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엉거주춤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 곁에는 배를 살포시 감싸 쥔 윤하은이 어이없다는 듯 민재의 등짝을 가볍게 때리며 따라붙었다.
"아이고, 최민재 기자님. 본인이 프러포즈할 때도 그렇게 안 울더니 남의 청혼 자리에서 왜 통곡을 하세요? 지유랑 재환이 분위기 다 깨지게."
"야, 윤하은! 너는 피도 눈물도 없냐? 내가 쟤들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지켜본 게 몇 년인데! 7년이다, 7년! 서울로 기차 타고 끌려갈 때 피 흘리며 뛰어가던 지유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어떻게 눈물이 안 나냐고!"
민재가 붉어진 눈시울로 씩씩거리며 오작교 돌계단을 성큼성큼 걸어 올라왔다.
재환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고, 지유 역시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 환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민재 너, 다 보고 있었던 거야?"
"보다마다! 내가 이 완벽한 3단계 작전을 짜준 장본인인데 당연히 특종 현장을 지켜봐야지! 사회부 기자가 이런 역사적인 순간을 놓치면 쓰냐?"
민재가 다리 위에 올라서더니 재환의 어깨를 툭 쳤다.
그러나 장난스러운 말투와 달리 그의 눈빛은 깊은 우정과 경의로 가득 차 있었다.
"고생했다, 성재환. 진짜 고생 많았다, 친구야."
재환은 민재의 어깨를 굳게 마주 잡았다.
취조실의 비밀을 빼돌리고, 덤프트럭 테러 속에서도 목숨을 걸고 취재 수첩을 지켜냈던 친구였다.
민재가 없었다면 오늘의 이 오작교도 존재하지 않았을 터였다.
하은이 지유에게 다가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지유의 손가락에 끼워진 백금 반지를 바라보던 하은의 눈에도 결국 눈물이 글썽였다.
"지유야....... 축하해, 정말로 축하해. 네가 견뎌낸 그 오랜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어."
"하은아......."
두 여인은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포클레인이 김밥집을 짓밟으려 할 때도, 붉은 페인트가 쏟아져 내릴 때도 묵묵히 곁을 지켜주었던 오랜 벗이었다.
하은의 배 속에 자리 잡은 새 생명, '단비'의 온기가 지유의 품으로 전해져 오는 듯했다.
네 사람은 오작교 난간에 나란히 기대어 섰다.
광한루원의 고요한 밤하늘 위로 은하수가 흐르고 있었고, 남원 시내를 감싸 안은 요천의 물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왔다.
"내일 아침에 말이야."
지유가 품에 안은 만년필을 어루만지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머니 산소에 가자, 재환아."
재환은 깊고 단단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머니께 정식으로 말씀드려야지. 내가 당신 딸의 손을 평생 놓지 않겠다고, 남원에서 가장 따뜻한 가정을 꾸리겠다고 맹세하러 가자."
민재가 코를 훌쩍이며 주머니에서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자, 감상에 젖는 건 내일 하고! 일단 이 역사적인 순간부터 한 장 박자. 남원일보 1면 특종은 못 내도, 우리 집 거실 제일 잘 보이는 벽에 평생 걸어둘 거니까. 둘 다 활짝 웃어!"
찰칵 소리와 함께 터진 플래시 불빛이 오작교 위의 네 청춘을 하얗게 비추었다.
지나온 모든 어둠을 삼켜버릴 만큼 눈부신 빛이었다.
3. 새벽바람과 선산의 참회
이튿날 새벽, 남원 시내에는 짙은 안개와 함께 서늘하고 맑은 가을 공기가 내려앉았다.
동문 우체국 뒷골목 삼거리 김밥집의 불은 평소보다 훨씬 이른 새벽 네 시부터 환하게 켜져 있었다.
주방 안에서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골목길로 은은하게 퍼져 나갔다.
지유는 단정한 옥색 카디건 차림에 앞치마를 두르고 고슬고슬하게 지어진 쌀밥을 넓은 양푼에 퍼 담고 있었다.
갓 짠 방앗간 참기름을 두르고 정성껏 볶아낸 우엉과 당근, 시금치, 그리고 어머니가 생전에 담가두었던 매실청으로 간을 맞춘 단무지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지유의 손놀림은 경건하기까지 했다.
김 위에 밥을 얇게 펴고, 재료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얹어 단단하게 말아 올렸다.
어머니가 가르쳐준 그대로, 한 줄에 210g의 정직함이 담긴 김밥이었다.
가게 문이 열리며 단정한 검은색 양복을 갖춰 입은 성재환이 들어섰다.
평소 법정에 설 때 입던 차가운 정장이 아니었다.
어른들께 첫인사를 드릴 때 입는 단정하고 따뜻한 질감의 정장이었다.
그의 품 안에는 법원에서 정식으로 발부받은 피고인 강태석에 대한 징역 12년 판결문 정본과 성호석 전 차관이 제출했던 30년 토지 원상회복 증서가 소중하게 갈색 가죽 가방에 담겨 있었다.
"일찍 일어났네, 지유야."
재환의 목소리는 다정했다.
지유는 김밥을 썰어 대나무 도시락에 차곡차곡 담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네 번째 손가락에서 백금 반지가 주방 형광등 불빛을 받아 단아하게 반짝였다.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시던 김밥이잖아. 새벽에 막 싼 김밥을 들고 가야 어머니도 좋아하시지."
두 사람은 김밥 도시락과 따뜻한 보리차가 담긴 보온병을 챙겨 들고 가게 문을 나섰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골목길은 고요했으나, 공설 방앗간 문틈으로는 이미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교룡산(蛟龍山) 한씨 선산으로 향하는 길, 남원 시가지를 벗어나자 들판 위로 누렇게 익어가는 벼 이삭들이 새벽안개 속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산자락으로 접어드는 오솔길은 이슬에 젖어 미끄러웠다.
재환은 앞장서서 지유의 손을 단단히 잡고 이끌었다.
지유의 발걸음이 행여 돌부리에 걸릴세라 매 순간 발밑을 살피는 그의 손에는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중턱의 양지바른 비탈에 이르자 소박한 흙 봉분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봉분 앞에는 조그마한 상석이 놓여 있었고, 그 주변은 가을 들국화들이 단정하게 피어나 있었다.
고(故) 박순례의 묘소였다.
봉분을 마주하는 순간, 지유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가슴속 밑바닥에서부터 차오르는 먹먹함에 지유는 도시락을 든 손을 바르르 떨었다.
재환이 묵묵히 곁에 서서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두 사람은 상석 앞으로 다가가 정성스레 가져온 하얀 천을 깔았다.
그 위에 대나무 도시락 뚜껑을 열어 정갈하게 썰린 김밥 두 줄을 올리고, 보온병에 담아온 따뜻한 보리차를 사기 잔에 가득 채워 올렸다.
그리고 재환은 가죽 가방에서 판결문 정본과 토지 원상회복 증서를 꺼내 상석의 김밥 옆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바람이 불어와 묘역 주변의 억새를 사각거리며 흔들었다.
재환이 먼저 상석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차가운 흙바닥에 이마를 대고 깊은 절을 올렸다.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재환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바닥을 짚은 주먹을 꽉 쥐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너무 늦게 찾아왔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흙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제가 가문의 죗값을 다 치르기도 전에, 제 아버지가 저지른 악행의 빚을 다 갚기도 전에 어머니께서는 너무 일찍 가셨습니다. 홀로 남은 지유가 피눈물을 흘릴 때, 곁에 있어 주지 못했습니다. 법복을 입고 돌아오겠다는 그 오만한 약속 하나를 지키겠다고 지유에게 너무나 큰 짐을 지웠습니다."
재환이 상체를 일으켰다.
그의 눈동자에서 굵은 눈물 한 줄기가 턱을 타고 흘러내려 흙 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어머니, 오늘 이 자리에서 어머니의 영전 앞에 맹세합니다. 피고인 강태석은 징역 12년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고, 어머니의 터전을 빼앗으려던 부패한 권력은 법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빼앗겼던 땅도 모두 지유의 이름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저 성재환은, 화려한 서울의 권력을 모두 버리고 남원으로 내려왔습니다."
재환은 자신의 옆에 꿇어앉은 지유의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의 손가락에 맞닿은 백금 반지가 아침 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빛났다.
"내 남은 모든 생을 다해 지유를 지키겠습니다. 지유의 곁에서 머물며, 어머니께서 가르쳐주신 그 정직과 양심을 지키는 법률가로 살겠습니다. 지유의 눈에 다시는 슬픔의 눈물이 흐르지 않도록, 제가 평생 지유의 우산이 되겠습니다. 부디 저희를 굽어살펴 주시고 허락해 주십시오, 어머니."
재환의 진심 어린 절규와도 같은 맹세에, 지유는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렸다.
지유는 어머니의 봉분을 두 손으로 감싸 안듯 엎드렸다.
"엄마....... 나 왔어. 재환이랑 같이 왔어......."
봉분의 잔디를 쓰다듬는 지유의 손길이 애처롭게 떨렸다.
"엄마가 생전에 그랬잖아. 재환이 눈빛을 보라고, 그 아이는 돌아올 아이라고....... 엄마 말이 다 맞았어. 재환이 약속 지켰어, 엄마.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와서 우리 억울함 다 풀어줬어. 나 이제 혼자 아니야, 엄마. 그러니까 이제 그 차가운 곳에서 아파하지 말고, 편히 쉬어....... 응?"
산새 소리가 맑게 울려 퍼지는 선산 위로 아침 햇살이 따사롭게 쏟아져 내렸다.
마치 어머니가 두 사람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는 듯한 온기였다.
그때, 묘역 입구 쪽 비탈길에서 조심스러운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이 젖은 눈으로 고개를 돌리자, 허름한 감색 점퍼 차림의 중년 남성이 홀로 서 있었다.
머리가 하얗게 센, 한때 내무부 차관이자 남원군수로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성호석이었다.
그는 수행원도, 관용차도 없이 혼자 먼 길을 걸어 올라온 듯 구두와 바짓가랑이가 온통 흙투성이였다.
"아버지......."
재환의 입에서 나지막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성호석은 묘역 안으로 선뜻 들어서지 못하고 경계선에 멈춰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낡은 흰 봉투 하나가 들려 있었다.
성호석은 떨리는 숨을 들이쉬더니, 그대로 비탈길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과거 남원의 제왕처럼 군림하던 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자식과 피해자 앞에서 평생의 죄책감에 짓눌린 늙은 죄인의 모습뿐이었다.
"한지유 양....... 그리고 박순례 여사님......."
성호석의 목소리가 메마른 바람처럼 갈라져 나왔다.
"내가 저지른 죄는 천 번을 죽어도 씻을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권력의 눈이 멀어 강태석의 손을 잡았고, 내 아들의 안위만을 핑계 삼아 무고한 이들의 피눈물을 외면했습니다. 내 부끄러운 원죄가 여사님을 사지로 몰아넣었고, 어린 지유 양에게 지옥 같은 7년을 안겨주었습니다."
성호석은 흙바닥에 두 손을 짚고 고개를 깊이 숙였다.
"이 봉투 안에는 서울 성북동 사저를 처분한 대금과 내 잔여 재산 일체를 남원 구도심 영세 상인들과 피해 농민들을 위한 장학재단에 신탁한다는 공증 서류가 들어 있습니다. 이것으로 내 죗값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단 한 톨의 사욕도 남기지 않고 속죄하며 살겠습니다. 부디....... 내 아들 재환이의 앞길만은 막지 말아 주십시오. 그 아이는 나와 다릅니다. 그 아이는 진정한 법을 세운 아이입니다."
지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머니의 묘소 앞에 서서, 무릎 꿇은 성호석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원망과 분노의 세월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의 비리가 없었다면 아버지가 과수원을 잃지 않았을 것이고, 어머니가 길거리에서 김밥을 말다 쓰러져 돌아가시지도 않았을 터였다.
그러나 그 원죄의 늪에서 태어난 성재환이 자신의 목숨을 바쳐 그 악연의 사슬을 끊어냈다.
지유는 성호석에게 다가가 조용히 그의 팔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일어나세요, 아버님."
성호석이 경악에 찬 눈으로 지유를 올려다보았다.
'아버님'이라는 단어가 그의 가슴을 비수처럼, 그러나 동시에 따스한 봄볕처럼 파고들었다.
"어머니는 떠나시기 전, 원망은 사람을 갉아먹는다고 하셨습니다. 재환이가 가문의 죗값을 법으로 바로잡았고, 아버님께서도 모든 것을 내려놓으셨으니 어머니도 하늘에서 이제 편히 눈을 감으실 겁니다. 남원에 남겨진 재환이와 저를 지켜봐 주세요. 저희가 어떻게 약속을 지키며 살아가는지, 지켜봐 주시는 것이 아버님의 속죄입니다."
성호석의 눈에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는 지유의 손을 잡지도 못한 채 어린 여인의 발치 앞에서 오열했다.
30년을 이어온 두 가문의 참혹한 악연과 비극이, 마침내 완전한 용서와 화해의 눈물 속에 녹아내리는 순간이었다.
4. 온 마을이 들썩이는 사랑방
선산에서 내려와 남원 시내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해가 중천에 떠올라 있었다.
동문 우체국 뒷골목 삼거리에 들어서는 순간, 재환과 지유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넋을 잃고 말았다.
골목길 전체가 거대한 잔칫집으로 변해 있었다.
목공소 윤 씨가 어디서 가져왔는지 지리산 육송으로 짠 커다란 평상 세 개를 골목 한가운데에 길게 이어 붙여 놓았고, 그 위에는 하얀 광목천이 빈틈없이 깔려 있었다.
공설 방앗간 배 씨 아주머니는 갓 쪄낸 시루떡을 커다란 쟁반에 산더미처럼 쌓아 올리고 있었고, 동문 청과물 김 씨 아저씨는 사과와 배를 궤짝째 가져와 평상 한편에 부려놓았다.
우체국 집배원 박 씨는 자전거를 한쪽에 세워둔 채 붉은 완장을 차고 골목길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자, 다들 이리 오시오! 오늘 우리 남원의 자랑 성재환 변호사랑 삼거리 김밥집 지유가 정식으로 백년가약을 맺기로 했답니다! 7년 동안 기다린 약속이 드디어 맺어졌다고요! 국수 한 그릇씩 말고 떡 하나씩 들고 가시오!"
"아이고, 박 씨 양반! 목청도 좋네! 온 동네 사람들 다 모으겠어!"
배 씨 아주머니가 웃음을 터뜨리며 참기름을 듬뿍 바른 인절미를 접시에 담아냈다.
그때 골목 입구에 나타난 재환과 지유를 발견한 박성두 노인이 흙 묻은 고무신을 신은 채 평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이구, 우리 성 변호사님 오셨네! 지유 아가씨도 오고!"
박 노인이 두 사람을 향해 달려오자, 골목 안에 모여 있던 수십 명의 상인들과 105인 농민 소송의 피해자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축하합니다, 성 변호사님!"
"지유야, 고생 많았다! 이제 꽃길만 걷자!"
지유는 깜짝 놀라 두 손으로 입을 가렸고, 재환 역시 얼떨떨한 표정으로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
배 씨 아주머니가 달려와 지유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녀의 시선이 지유의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진 백금 반지에 닿는 순간, 배 씨 아주머니의 눈가가 붉어졌다.
"세상에, 반지 좀 봐....... 진짜로 약속을 지켰구나, 성 서방이! 지유야, 네 엄마가 살아서 이 꼴을 봤어야 했는데....... 하늘에서도 춤을 추고 계실 게다, 암 그렇고말고!"
"아주머니, 이게 다 무슨 일이에요?"
지유가 묻자, 목공소 윤 씨가 대걸레 자루만 한 몽둥이를 어깨에 메고 호탕하게 웃으며 걸어 나왔다.
"무슨 일이긴! 우리 골목의 딸 지유가 시집을 간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있나! 최 기자가 어젯밤에 다 불었어! 오작교에서 아주 기가 막힌 청혼을 했다며? 허허, 성 변호사 샌님인 줄만 알았더니 아주 상남자더구먼!"
평상 한쪽에서 국수를 후루룩 넘기던 최민재가 숟가락을 든 채 씩 웃어 보였다.
그 곁에서 하은이 배를 감싸 쥔 채 손을 흔들고 있었다.
재환은 쑥스러운 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이웃들을 향해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어르신들, 이웃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과분한 축하를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과분하긴 뭐가 과분해!"
박성두 노인이 막걸리 잔을 높이 들며 소리쳤다.
"우리 같은 힘없고 빽 없는 농민들 땅 되찾아주고, 그 악독한 도둑놈 강태석이를 철창에 처넣어 준 사람이 누구여! 성 변호사님 아니었으면 우리는 지금도 길바닥에 나앉아 피눈물 흘리고 있었을 것이여! 성 변호사님이랑 지유 아가씨는 우리 남원의 은인이여, 은인!"
"맞소! 지유가 그 테러 속에서도 김밥집을 지켜줬기 때문에 우리가 용기를 얻은 거요!"
골목길은 순식간에 환호와 웃음소리로 뒤덮였다.
지유는 삼거리 김밥집 처마 밑에 걸려 있는 원목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지리산 육송에 힘차게 새겨진 '삼거리 김밥', 그리고 그 아래 짙은 흑청색 글씨로 새겨진 '끝까지 남은 사랑'.
어머니의 피땀이 배어 있고, 폭압의 굴착기 앞에서도 끝내 부서지지 않았던 그 간판 아래서, 이제는 온 마을 사람들이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국수를 나누어 먹고 있었다.
가게는 더 이상 외로운 저항의 요새가 아니었다.
남원 민초들의 상처를 보듬고 희망을 피워내는 진정한 사랑방이자 성지가 되어 있었다.
재환과 지유는 이웃들이 건네는 국수와 떡을 받아 들고 평상에 둘러앉았다.
목공소 윤 씨가 지유의 손을 보며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지유야, 혼례 날짜는 언제로 잡을 생각이냐?"
지유가 얼굴을 붉히며 재환을 바라보자, 재환이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시원한 바람이 불 때 조촐하게 식을 올리려고 합니다. 관공서 예식장이라도 빌려서 작게 치르려고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윤 씨가 펄쩍 뛰었다.
"뭐라? 관공서 예식장? 성 변호사, 그게 무슨 섭섭한 소리여! 남원의 기둥이 장가를 가는데 그딴 삭막한 시멘트 건물에서 식을 올린다고? 어림도 없는 소리 하지 마쇼!"
윤 씨의 호통에 재환과 지유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윤 씨는 최민재와 윤하은을 힐끔 쳐다보더니 의미심장한 헛기침을 내뱉었다.
"흠흠! 암튼 혼례식 장소는 자네들이 신경 쓸 거 없어. 우리 남원 구도심 상인회랑 번영회, 그리고 저기 산내면 농민들이 알아서 다 준비할 테니까! 자네들은 그저 몸만 오면 되는 거여! 알았어?"
민재와 하은이 입을 틀어막고 키득거렸고, 배 씨 아주머니도 눈을 찡긋거렸다.
무언가 거대한 비밀 작전이 이웃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러나 재환과 지유는 그 비밀마저도 이웃들이 보내는 순수한 사랑과 축복임을 알기에 그저 행복한 웃음을 터뜨릴 뿐이었다.
5. 창가에서 바라본 두 개의 간판
잔치가 무르익고 노을이 지리산 자락 너머로 붉게 물들어갈 무렵, 두 사람은 잠시 소란을 피해 맞은편 2층 성재환 법률사무소로 올라왔다.
계단을 밟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나무 소리가 정겨웠다.
문턱을 없앤 넓은 2층 사무실 안에는 지리산 육송으로 짠 평상형 원목 탁자가 놓여 있었고, 벽면에는 빼곡하게 꽂힌 법전 대신 남원 전역의 정밀 지적도와 105인 농민들의 소송 기록철이 단정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권력의 위압감을 덜어내고, 흙 묻은 신발을 신은 이들이 편안하게 걸어 들어올 수 있도록 꾸며진 공간이었다.
재환은 탁자 위에 놓여 있던 유리병을 집어 들었다.
지유가 선물했던 깊고 푸른 흑청색 잉크병이었다.
그 곁에는 지유의 손에 쥐여주었던 백부의 각인 만년필이 놓여 있었다.
재환은 만년필 캡을 열고 펜촉을 잉크병에 담갔다.
피스톤을 돌리자 흑청색 잉크가 만년필의 투명한 배럴 안으로 가득 차올랐다.
이제 이 만년필은 누군가를 구속하고 단죄하는 문장이 아니라, 억울한 농민들의 땅을 찾아주고 가난한 상인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공익 소송장을 작성하는 데 쓰일 터였다.
지유가 조용히 다가와 재환의 곁에 섰다.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2층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창문 너머로 황혼빛에 물든 남원 구도심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골목길 평상에서는 여전히 이웃들이 둘러앉아 웃음꽃을 피우며 잔치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골목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두 개의 간판이 노을빛을 받아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맞은편 1층 삼거리 김밥집의 처마 밑에 걸린 '끝까지 남은 사랑'.
그리고 지금 두 사람이 서 있는 2층 창가 바로 아래 걸려 있는 '성재환 법률사무소'.
하나는 7년 동안 모진 폭압과 테러를 견뎌내며 자리를 지켜낸 여인의 인내와 결기를 상징했고, 다른 하나는 화려한 출세와 권력의 유혹을 뿌리치고 약자의 곁으로 돌아온 남자의 맹세와 정의를 상징했다.
두 개의 간판은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며, 영원히 서로를 지키는 두 개의 기둥처럼 단단하게 서 있었다.
재환이 지유의 손을 잡았다.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진 백금 반지가 두 사람의 살결 사이에서 따뜻하게 맥박 치고 있었다.
"지유야."
"응, 재환아."
"7년 전, 서울로 가는 기차 안에서 수첩에 비리 내역을 적으며 다짐했었어. 반드시 힘을 길러 돌아오겠다고. 법복을 입고 내려와 이 썩은 세상을 다 갈아엎겠다고."
재환의 시선이 창밖의 평화로운 골목길을 향했다.
"하지만 남원에 내려와 너를 다시 만났을 때 깨달았어. 진정한 승리는 악인을 감옥에 넣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걸. 부서진 터전을 다시 세우고, 상처받은 이웃들의 손을 잡고, 내가 떠나왔던 그 자리로 온전히 돌아와 머무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완성해야 할 진짜 약속이었다는 걸."
지유는 재환의 어깨에 가만히 머리를 기댔다.
그의 단단한 가슴에서 울리는 심장 박동 소리가 지유의 귓가를 평화롭게 울렸다.
"너는 약속을 지켰어, 재환아. 그리고 난 끝까지 남았지."
지유의 입가에 맑은 미소가 번졌다.
"떠나는 자는 약속을 남기고, 남은 자는 그 약속을 지킨다더니....... 이제 우리는 둘 다 남원에 머무는 사람이 되었네."
'Mane nobiscum(우리와 함께 머무소서)'.
반지 안쪽에 새겨진 그 말처럼, 그들은 이제 더 이상 어디로도 떠나지 않을 것이었다.
서울의 거대한 권력도, 중앙 정계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이 작은 골목길의 평화와 바꿀 수 없었다.
그때, 1층 계단에서 다급하게 뛰어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쿵쾅거리며 계단을 올라온 최민재가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그의 손에는 방금 인쇄되어 잉크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남원일보 호외 교정지가 쥐여 있었다.
민재의 얼굴은 흥분과 경악으로 상기되어 있었다.
"재환아! 지유야! 이거 봐라!"
민재가 숨을 헐떡이며 탁자 위에 교정지를 탕 내려놓았다.
재환과 지유가 놀라 교정지를 내려다보았다.
거기에는 남원일보 1면 머리기사로 대문짝만하게 박힌 특종 기사가 인쇄되어 있었다.
[단독] '약속의 승리, 남원의 봄을 열다'
― 거악을 무너뜨린 청년 검사의 귀환과 공익 변호사 출범
― 삼거리 김밥집과 성재환 법률사무소, 남원 시민들이 헌정하는 '광한루원 완월정 야외 합동 전통 혼례식' 전격 확정!
"이게....... 이게 뭐야, 민재야?"
지유가 눈을 크게 뜨며 묻자, 뒤따라 올라온 윤하은이 활짝 웃으며 지유의 손을 잡았다.
"우리가 시청이랑 문화재관리청, 그리고 남원 시민 단체들이랑 몰래 준비한 깜짝 선물이야! 남원시에서 광한루원 완월정을 두 사람의 결혼식장으로 공식 개방하기로 허가했어! 남원 역사상 최초래!"
"완월정을.......?"
재환이 멍하니 반문하자, 계단 아래에서 목공소 윤 씨와 배 씨 아주머니, 박성두 노인을 비롯한 수많은 이웃들이 우르르 몰려 올라오며 문간을 가득 메웠다.
"그렇다니까, 성 변호사! 남원 시민 오천 명이 서명을 넣었어! 춘향이와 이몽룡이 사랑을 나눈 그 오작교와 완월정에서, 진짜 정의와 진짜 사랑을 지켜낸 자네 둘이 혼례를 올려야 남원의 오랜 오명과 상처가 완전히 씻겨 나가는 거라고!"
윤 씨의 우렁찬 목소리에 온 사무실이 쩌렁쩌렁 울렸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가을 달빛 아래, 남원의 온 시민들이 준비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축복의 무대가 두 사람의 눈앞에 활짝 열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맞잡은 손을 더욱 굳게 쥐었다.
기다림의 시간은 끝났다.
이제 모두의 축복 속에서, 영원한 사랑과 동행의 문이 열리려 하고 있었다.
독자님의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추천이 작가님의 다음 이야기를 피워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