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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네모 세모 동그라미로 간다 · 제 73화

5단계 연쇄의 개방

📅 2026-10-02 18:10•✍️ 만우자•👁️ 0•

1. 닫힌 문 너머의 맥동

 

두꺼운 방폭 격벽이 내려앉은 지하 6층 복도는 지독한 탄약 냄새와 타버린 기판의 역한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벽면을 타고 흐르던 냉각 파이프에서 뿜어져 나온 백색 김이 바닥에 흥건히 고인 검붉은 오일과 피 위로 짙게 가라앉았다.

 

강우진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젖은 장갑으로 얼굴을 훔쳐냈다.

 

손등에 묻어나는 것은 차가운 땀방울뿐만이 아니었다.

 

오른쪽 관자놀이의 4센티미터 흉터가 불에 달군 쇠꼬챙이로 후벼 파이는 듯한 고통과 함께 진득한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우진 씨, 괜찮아요?"

 

뒤따라오던 한서연이 파열된 방탄조끼 자락을 부여잡으며 다급히 그의 팔을 붙들었다.

 

그녀의 얼굴도 그을음과 피로 얼룩져 있었지만, 두 눈만큼은 형형한 빛을 잃지 않고 있었다.

 

우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앞의 방폭문을 응시했다.

 

육중한 합금 도어 상단에 붉은색 경보등이 회전하며 선명한 카운트다운을 점멸시키고 있었다.

 

[SYSTEM INITIALIZATION: 11:42]

 

국가 라이프 플래너의 전국 동시 송출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12분도 채 되지 않았다.

 

"성훈 형은……."

 

박태호가 피투성이가 된 탄소강 대검을 바닥에 떨어뜨리며 털썩 주저앉았다.

 

조금 전 자신의 손으로 목덜미의 제어 소켓을 끊어냈던 연구소 동기, 민성훈의 식어가는 육신이 복도 한구석에 쓰러져 있었다.

 

태호의 어깨가 걷잡을 수 없이 잘게 떨렸다.

 

15년 전 어린 시절 연구소 바닥에서 함께 차가운 빵을 나누어 먹었던 형이었다.

 

그 형이 넥스트 큐브의 살상 병기로 개조되어 자신들을 가로막았고, 결국 그 숨통을 끊어야만 했다.

 

"미안해, 태호야."

 

우진이 묵직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태호의 어깨를 짚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어. 여기서 멈추면 성훈이도, 채린이도, 15년 전 쓰러져 간 우리 모두의 피가 헛수고가 된다."

 

태호는 입술을 짓이기며 피가 맺히도록 주먹을 쥐었다.

 

그는 떨리는 숨을 들이켜며 거칠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알아요, 형. 들어가요. 그 개자식을…… 서지훈 그 괴물을 내 손으로 찢어 죽일 겁니다."

 

우진은 메인 콘솔 룸으로 이어지는 육중한 에어락 도어의 수동 레버를 그러쥐었다.

 

치이익 하는 고압 밸브 개방음과 함께 굳게 닫혀 있던 티타늄 문이 서서히 갈라지며 안쪽의 광경을 토해냈다.

 

2. 거미줄처럼 얽힌 사각의 감옥

 

문이 열리자마자 뿜어져 나온 것은 시린 한기와 함께 귓전을 찢을 듯 울려 퍼지는 날카로운 전자음이었다.

 

축구장 두 개 크기라는 지하 6층 예비 코어 볼트의 중심부.

 

순백의 무균 타일로 마감된 바닥 한가운데에 지름 10미터에 달하는 원통형 양자 메인 프레임이 푸른빛을 내뿜으며 웅장하게 서 있었다.

 

그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것은 수천 가닥의 초전도 광케이블과 투명한 질소 냉각관이었다.

 

하지만 우진의 시선을 얼어붙게 만든 것은 그 거대한 기계 장치가 아니었다.

 

원통형 메인 프레임 앞, 3단 계단 위에 도열해 있는 자들이었다.

 

"어서 와라, 강우진."

 

중앙 통제 데스크에 앉아 있던 서지훈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얼굴은 이미 반쯤 무너져 내린 망령 같았다.

 

창백하게 질린 뺨 위로 핏줄이 거미줄처럼 돋아나 있었고, 목덜미에는 넥스트 큐브의 3세대 마스터 전극 소켓이 흉측하게 박혀 있었다.

 

그의 머리 위에는 과거의 황금 큐브 대신, 속이 텅 비어 버린 암흑의 사각 프레임이 기괴한 쇳소리를 내며 회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양옆에는 여섯 명의 특수 강화 능력자 대원들이 미동조차 없이 도열해 있었다.

 

조금 전 중앙 통로에서 쓰러뜨렸던 친위대와는 격이 달랐다.

 

대원 전원의 머리 위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고정된 검은 네모(■)'가 떠올라 있었는데, 그 사각형들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각 사각형의 모서리마다 검은 빛을 뿜어내는 기하학적 사슬이 뻗어 나와 서로의 꼭짓점을 완벽하게 꿰뚫고 있었다.

 

여섯 개의 검은 네모가 공중에서 거대한 육각형의 입체 격자망을 형성하며, 중심에 선 서지훈의 암흑 프레임과 직결되어 있었다.

 

"이게 바로 3세대 생체 네트워크의 완성형이다."

 

서지훈이 앙상하게 마른 입술을 비틀어 웃었다.

 

"미련하게 이능을 버리고 맨몸으로 기어들어 온 네놈이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겠나? 저들은 이제 고통도, 공포도, 망설임도 느끼지 않는다. 여섯 개의 두뇌가 단 하나의 신경망으로 묶여 중앙 코어의 전술 알고리즘을 100% 동기화해 발휘하지. 네놈들이 0.1초 움직이기도 전에 저들의 탄환이 네 심장을 꿰뚫을 것이다."

 

우진은 서지훈의 말을 들으며 조용히 자신의 가슴팍을 더듬었다.

 

그곳에는 한서연이 준비한 인프라 테러 원본 외장 하드와, 아버지 강정호가 남긴 단결정 사파이어 칩의 잔해가 들어 있었다.

 

머리 위의 도형은 사라졌고, 절대 척력도, 미래의 궤적을 보던 변화 감지도 완전히 소멸했다.

 

그렇다면 지금 자신의 눈앞에 일렁이는 이 기괴한 감각은 대체 무엇인가.

 

관자놀이의 흉터가 쿵쾅거리며 박동할 때마다, 우진의 시야 한구석에 형언할 수 없는 자수정빛 실선들이 희미하게 아른거렸다.

 

그것은 과거 4단계 '과거 추적'을 넘어선 무언가였다.

 

여섯 명의 적들이 딛고 선 바닥, 그들의 목덜미로 뻗어 나가는 신경 전극, 그리고 허공에서 서로를 옭아매고 있는 검은 사슬의 결합부들이 하나의 거대한 인과율 회로도로 펼쳐져 보이기 시작했다.

 

'연결되어 있어…….'

 

우진의 뇌간이 비명을 질렀다.

 

능력이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오리진 코어의 사각 격자망이라는 족쇄가 부서지면서, 그의 신경계에 새겨진 방화벽 백신이 인과율의 근원적 법칙 그 자체와 직접 공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3. 빗발치는 인과율의 화망

 

"사살하라. 단, K-07의 뇌간은 손상시키지 마라."

 

서지훈의 서늘한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섯 명의 대원들이 일제히 총구를 들어 올렸다.

 

타앙-!

 

공기를 찢는 굉음과 함께 푸른빛의 인과율 집속 광탄이 빗발쳤다.

 

"엎드려!"

 

우진이 소리치며 한서연의 허리를 낚아채 옆으로 굴렀다.

 

그들이 서 있던 타일 바닥이 플라스마 고열에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파편을 튀겼다.

 

박태호가 엄폐벽 뒤로 몸을 날리며 K2C1 소총을 난사했다.

 

타타타탕!

 

군용 철갑탄이 적들을 향해 날아갔지만, 기괴한 현상이 벌어졌다.

 

선두에 선 대원이 상체를 숙이자마자, 뒤에 서 있던 두 번째 대원이 사각지대 없이 완벽하게 총구를 돌려 날아오는 총알의 궤적에 광탄을 맞부딪쳤다.

 

공중에서 불꽃이 튀며 탄환이 무력하게 찌그러져 튕겨 나갔다.

 

"말도 안 돼…… 저 자식들, 눈이 뒤통수에도 달린 겁니까?!"

 

태호가 절망적으로 부르짖었다.

 

단순한 시야 공유가 아니었다.

 

여섯 명의 신경망이 하나로 묶여 있었기에, 한 사람이 감지한 정보는 0.001초 만에 나머지 다섯 명의 근육으로 전달되고 있었다.

 

한 명이 사격을 피하면 다른 한 명이 즉각 사각지대를 메우고, 세 번째 대원이 치명적인 십자 화망을 완성했다.

 

완벽한 유기체.

 

어떠한 물리적 기습도, 정밀 사격도 파고들 틈이 없는 완전무결한 살상 기계들이었다.

 

"크하하하! 봤느냐! 이것이 네놈이 그토록 부정하던 규격화의 힘이다!"

 

서지훈이 관제 데스크를 내리치며 광기 어린 폭소를 터뜨렸다.

 

"인간의 불완전한 자유의지 따위는 이 완벽한 시스템 앞에서 한 줌의 먼지에 불과해! 죽어라, 강우진!"

 

적들의 총구가 일제히 우진과 서연이 숨은 기둥을 향해 좁혀져 왔다.

 

좌측에서 두 명, 우측에서 두 명, 중앙에서 두 명.

 

각도를 계산할 필요조차 없는 완벽한 포위 섬멸 대형이었다.

 

벽면이 깎여 나가며 살을 에는 파편이 우진의 뺨을 스쳤다.

 

남은 시간은 이제 8분.

 

이대로 기둥 뒤에 갇혀 있다면 10초도 지나지 않아 벌집이 될 것이 뻔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우진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관자놀이를 짓눌렀다.

 

척력으로 탄환을 튕겨낼 수도 없고, 0.3초 뒤의 미래를 내다볼 수도 없다.

 

오직 평범한 인간의 육체뿐이다.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 우진의 시야에 비치는 적들의 머리 위 검은 사슬이 더욱 선명하게 요동쳤다.

 

모든 사슬이 교차하는 지점.

 

여섯 개의 검은 네모가 서로에게 에너지를 전달하며 피드백을 주고받는 회로의 매듭.

 

그 매듭 하나하나에 미세한 진동수와 인과의 흐름이 숫자로 각인되어 있었다.

 

'저것들은 하나로 묶여 있기 때문에 완벽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하나가 무너지면 전부가 무너진다.'

 

우진의 심장이 미친 듯이 박동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버지가 연구 노트에 적어두었던 마지막 구절이었다.

 

[네트워크의 결속력이 강할수록, 역위상 충격의 연쇄 파동은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된다.]

 

4. 신경계의 비명, 5단계의 개안

 

"서연 씨, 연막탄 남았습니까?"

 

우진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서연이 떨리는 손으로 전술 조끼에서 마지막 남은 연막탄 한 발을 꺼내 보였다.

 

"딱 하나 있어요. 하지만 저놈들에게 단순한 시야 차단은 안 통해요!"

 

"통하게 만들 겁니다."

 

우진이 서연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 핏줄이 터져 나오며 붉은 피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 핏물 너머로 타오르는 것은 형형한 푸른 불꽃이었다.

 

"태호야! 내가 신호를 주면 저놈들이 아니라 천장의 냉각수 주 밸브를 쏴라!"

 

"……천장이요?!"

 

"묻지 말고 쏴! 3, 2, 1…… 던져!"

 

서연이 기둥 밖으로 연막탄을 투척했다.

 

동시에 펑 하는 파열음과 함께 짙은 회백색 최루 연무가 홀 전체로 뿜어져 나갔다.

 

적들의 사격이 0.1초 멎었다.

 

시야는 가려졌지만, 그들의 머리 위 검은 사슬은 즉각 초음파와 적외선 센서 데이터를 공유하며 연막 너머의 우진을 조준하려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우진이 기둥 뒤에서 박차고 뛰쳐나갔다.

 

"지금이다, 태호야!"

 

탕!

 

탕-!

 

태호의 소총에서 발사된 두 발의 철갑탄이 허공을 갈라 천장에 매설된 고압 액체 질소 공급관의 황동 밸브를 정확히 강타했다.

 

푸쉬이이익-!

 

영하 196도의 고압 액체 질소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며 차가운 안개와 함께 적들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급격한 온도 강하로 인해 적들의 적외선 센서가 순간적인 노이즈를 일으켰다.

 

0.05초의 연산 지연.

 

그 찰나의 순간, 우진의 뇌간에서 무언가 거대한 둑이 터져 나갔다.

 

콰르릉-!

 

뇌 속에서 천둥이 치는 듯한 굉음과 함께, 우진의 양쪽 눈에서 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시신경 전체가 찢겨 나가는 듯한 맹렬한 고통.

 

하지만 그의 시야는 그 어느 때보다 명징하게 세계의 근원을 꿰뚫고 있었다.

 

타인의 머리 위에 뜨던 단순한 도형이 아니었다.

 

세계를 구성하는 거대한 인과율의 격자, 그리고 그 격자망을 흉내 내어 서로를 옭아맨 여섯 개의 검은 고리.

 

그 고리들이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는 '연쇄(Chain)'의 궤적이 자수정빛 선으로 허공에 완벽히 시각화되었다.

 

[능력 각성: 5단계 연쇄 제어 (Chain Control)]

 

그것은 미래를 보는 것도, 척력으로 밀어내는 것도 아니었다.

 

서로 얽혀 있는 인과율의 결속선 중 가장 취약한 결손 노드를 찾아내, 그 연결고리를 강제로 비틀어 역류시키는 절대적인 시스템 해체 권능이었다.

 

'보인다.'

 

우진은 숨조차 멈춘 채 질주했다.

 

여섯 명 중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자.

 

우측 세 번째 대원, 과거 연구소 참사 당시의 번호가 희미하게 각인된 자의 목덜미 소켓.

 

그곳이 바로 여섯 개의 검은 네모가 공유하는 인과율의 영점(Zero Point)이었다.

 

5. 끊어진 사슬과 파열

 

"저놈을 쏴라! 집중 사격하라!"

 

연막 너머에서 서지훈의 비명 같은 고함이 터져 나왔다.

 

감각 센서가 교란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원 세 명이 반사적으로 총구를 돌려 우진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세 발의 인과율 광탄이 우진의 쇄골과 옆구리, 허벅지를 향해 쇄도했다.

 

피할 수 없는 궤도였다.

 

우진은 피하지 않았다.

 

그는 이를 악물고 상체를 비틀며 허벅지와 옆구리에 스치는 살인적인 고열의 통증을 묵묵히 받아냈다.

 

치이익-!

 

살점이 타들어 가는 냄새와 함께 피가 솟구쳤지만, 우진의 전진은 멈추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직 단 하나의 표적, 우측 세 번째 대원의 목덜미에 고정되어 있었다.

 

"크아아아악!"

 

우진이 포효하며 대원에게 몸을 날렸다.

 

대원이 본능적으로 개머리판을 휘둘러 우진의 턱을 가격하려 했다.

 

하지만 우진의 손에는 이미 바닥에서 주워 든 부러진 티타늄 배관 파편이 쥐여 있었다.

 

우진은 자신의 어깨를 내어주며 대원의 공격을 흘려보냈다.

 

둔탁한 충격이 쇄골을 부러뜨릴 듯 강타했지만, 우진의 오른손에 쥐인 티타늄 파편은 이미 대원의 목덜미 제어 소켓 틈새로 깊숙이 파고들어 가 있었다.

 

쩌저적-!

 

파편이 소켓 내부의 광섬유 케이블과 나노 전극을 짓이기며 쇼트를 일으켰다.

 

동시에 우진은 자신의 관자놀이 흉터를 대원의 헬멧 결합부에 강하게 짓눌렀다.

 

그의 뇌간 속에 잠들어 있던 방화벽 백신의 잔여 펄스가 상처를 통해 적의 소켓 속으로 폭발하듯 쏟아져 들어갔다.

 

"연쇄를…… 끊어라!"

 

우진의 핏발 선 눈에서 다시 한번 피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 순간, 기괴한 침묵이 홀 전체를 지배했다.

 

지직, 지지지직-!

 

우진이 찌른 대원의 머리 위 검은 네모에서 새파란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그리고 허공에 얽혀 있던 검은 사슬들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비명을 질렀다.

 

하나의 노드가 파괴되며 발생한 거대한 인과율 결손 에너지가, 사슬을 타고 연결되어 있던 나머지 다섯 명의 대원들에게 순식간에 역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콰아아앙!

 

"크아악!"

 

"커허억!"

 

비명 소리는 한 사람이 아니라 다섯 명의 입에서 동시에 터져 나왔다.

 

완벽한 동기화의 대가였다.

 

고통을 나누어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 하나의 파열이 네트워크 전체의 증폭기를 타고 다섯 배, 열 배의 신경 과부하 쇼크로 번져나갔다.

 

두 번째 대원의 머리 위 검은 네모가 산산조각 나며 귀와 코에서 검붉은 피를 뿜어냈다.

 

세 번째 대원은 척수가 뒤틀리며 바닥에 고꾸라졌고, 나머지 대원들 역시 목덜미 소켓에서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기하학적 사슬이 도미노처럼 차례로 파열되며 허공으로 흩어졌다.

 

여섯 명의 강화 능력자 부대가 단 1초 만에 전원 뇌신경 마비와 쇼크로 그 자리에서 쓰러져 경련하기 시작했다.

 

6. 붉은 타이머의 종착지

 

정적이 찾아왔다.

 

치이익거리며 뿜어져 나오는 액체 질소의 소리와, 바닥에 쓰러진 대원들의 가쁜 숨소리만이 서늘한 홀을 메웠다.

 

우진은 무릎을 꿇은 채 바닥을 짚었다.

 

입안 가득 차오른 피를 울컥 토해내자, 새하얀 무균 타일 위로 붉은 웅덩이가 번졌다.

 

시야가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양쪽 눈에서 흘러내린 피눈물이 뺨을 타고 턱 끝으로 뚝뚝 떨어졌다.

 

전신의 뼈마디가 으스러지는 듯했고, 뇌세포가 하나하나 타버리는 듯한 살인적인 반작용이 온몸을 짓눌렀다.

 

인간의 육체로 5단계의 연쇄 법칙을 억지로 비틀어낸 대가였다.

 

"우진 씨!"

 

서연이 달려와 피투성이가 된 우진의 상체를 부축했다.

 

그녀의 손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다.

 

"우진 씨, 눈이…… 눈에서 피가……!"

 

"괜찮아…… 아직, 앞은 보입니다."

 

우진이 쉰 목소리로 답하며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비록 흐릿하고 붉게 물들었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똑똑히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선의 끝에는, 계단 위에서 사시나무 떨듯 떨며 뒷걸음질 치고 있는 서지훈이 있었다.

 

"괴물…… 괴물 같은 놈……!"

 

서지훈의 목소리는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네트워크가 끊어지며 발생한 인과율 역류의 잔여 충격이 그가 달고 있던 암흑의 프레임까지 타격한 탓이었다.

 

서지훈의 머리 위에 위태롭게 떠 있던 사각 프레임에 쩍 하는 균열이 가며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어떻게…… 이능도 없는 네놈이 어떻게 시스템의 동기화를 깨부순 거냐?!"

 

우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피 묻은 손으로 가슴팍에서 외장 하드를 꺼내 쥐었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그의 발자국마다 붉은 핏자국이 선명하게 찍혔다.

 

메인 콘솔 상단의 붉은 모니터가 요란한 경고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SYSTEM INITIALIZATION: 03:15]

 

남은 시간은 3분.

 

국가안전기획처와 직결된 백본망이 활성화되며 전국 전산망으로 라이프 플래너의 제어 신호가 쏘아 올려지기 직전이었다.

 

"오지 마! 오지 마라!"

 

서지훈이 품속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뒤쪽에서 날아온 박태호의 육중한 몸이 서지훈을 덮쳤다.

 

"이 살인자 새끼야!"

 

태호의 주먹이 서지훈의 안면을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총이 바닥으로 나가떨어지고, 서지훈의 안경이 깨져 날아갔다.

 

태호는 서지훈의 멱살을 쥐고 콘솔 바닥에 처박았다.

 

우진은 서지훈을 지나쳐 메인 콘솔 앞으로 다가섰다.

 

수만 가닥의 광케이블이 집중된 푸른빛의 중앙 도킹 포트가 눈앞에서 박동하고 있었다.

 

서연이 숨을 헐떡이며 우진의 곁에 섰다.

 

"우진 씨, 이걸 꽂으면…… 파주 벙커와 전국의 언체인드 거점이 동시에 정부망을 덮어쓰게 돼요."

 

우진은 떨리는 손으로 외장 하드의 커넥터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콘솔 스피커에서 치지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다급한 무전 음성이 흘러나왔다.

 

파주 거점 7번, 송민규의 목소리였다.

 

- 우진아!

 

듣고 있나, 우진아!

 

무전 너머로 격렬한 총성과 폭음이 함께 섞여 들려왔다.

 

- 놈들이…… 계엄 특수임무대가 공장 외곽 바리케이드를 밀고 들어왔다!

 

장갑차가 정문을 부쉈어!

 

"민규 씨?!"

 

서연이 사색이 되어 콘솔 마이크를 향해 소리쳤다.

 

- 채린이가…… 채린이가 벙커 문을 잠그려고 한다!

 

안 돼, 채린아!

 

거기서 나오면……!

 

치지직-!

 

거친 잡음 너머로, 피를 토하듯 거칠면서도 결연한 윤채린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이어졌다.

 

- 우진 씨…… 뒤돌아보지 마요.

 

난…… 내 궤도를 지킬 테니까…….

 

쿵-!

 

묵직한 격벽이 닫히는 육중한 쇠소리와 함께 통신이 뚝 끊겼다.

 

우진의 손이 허공에서 굳어졌다.

 

붉은 모니터의 숫자가 무자비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02:00]

 

[01:59]

 

파주 은신처의 비극, 그리고 눈앞에 놓인 시스템의 심장.

 

피눈물로 젖어 든 우진의 시야 속에서, 마지막 결단의 순간이 턱밑까지 다가와 있었다.

독자님의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추천이 작가님의 다음 이야기를 피워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