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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네모 세모 동그라미로 간다 · 제 11화

15년 만의 재회

📅 2026-10-02 18:10•✍️ 만우자•👁️ 0•

1. 새벽 안개와 사각지대

 

새벽 4시의 테헤란로는 죽은 자들의 활주로처럼 황량했다.

 

빌딩 숲 사이로 내려앉은 잿빛 안개는 네온사인의 잔광을 탁하게 흐려놓고 있었고, 젖은 아스팔트 위로는 간간이 심야 택시의 헤드라이트 불빛만이 빗물 고인 웅덩이를 가르며 스쳐 지나갔다.

 

강우진은 무인 카페 처마 밑 그늘에 등을 기댄 채, 오른쪽 관자놀이 부근을 가볍게 눌렀다.

 

15년 전 아물어 버렸어야 할 4센티미터의 수술 흉터가 파고드는 냉기에 찌릿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골목길에서 맞닥뜨렸던 그 검은 육면체의 형상.

 

인간의 머리 위에 머물던 평면의 기하학적 도형들과는 궤를 달리하던, 3차원의 완전한 정육면체.

 

그 표면을 따라 핏빛 회로처럼 흐르던 문자열과 하늘 높은 곳으로 뻗어 올라가던 굵은 통제선은 아직도 망막 뒤편에 끔찍한 잔상으로 들러붙어 있었다.

 

'감시관…….'

 

소녀 윤채린이 남기고 간 쪽지가 재킷 안주머니 안에서 바스락거렸다.

 

'N.P. Node-0 : 강정호. Node-1 : K-07.'

 

아버지가 시스템의 기원점인 0번 노드로 코어에 흡수되었고, 자신은 머릿속에 박혀 있던 통제 칩을 뜯어내고 탈출한 프로토타입이라는 비현실적인 명제.

 

그리고 조금 전 수화기 너머로 악을 쓰며 울부짖던 어머니의 음성이 귓바퀴를 맴돌았다.

 

"아버지는 널 버린 거다. 널 팔아넘긴 거다……."

 

그것은 진실을 말하는 자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총구가 관자놀이에 겨누어진 채, 이미 적혀 있는 대본을 읽어 내려가는 사형수의 절규에 가까웠다.

 

어머니의 삶 역시 그 보이지 않는 사각형의 틀 안에 갇혀 정해진 대사를 읊도록 강요받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우진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액정 화면에 뜬 배터리 잔량은 34퍼센트.

 

그는 전원을 켜자마자 모바일 데이터와 와이파이 기능을 모조리 꺼버렸다.

 

감시관이라는 자들이 디지털 통신망과 기지국 삼각측량을 통해 위치를 락온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상, 이 기계는 단순한 연락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목을 죄어오는 위치 발신기나 다름없었다.

 

우진은 번화가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윤채린이 남긴 은빛 동그라미의 잔류 파동은 이미 서서히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 잔류 파동이 밀어내 주었던 사각형 격자망의 결손 구역, 즉 감시 시스템의 레이더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의 유효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터였다.

 

지금 당장 움직여야 했다.

 

아버지가 사라졌던 그해, 15년 전의 기록을 추적해야 했다.

 

경찰도, 언론도, 심지어 가족인 어머니마저 단순 가출이자 실종이라며 서둘러 덮어버렸던 그 기이한 공백.

 

그 거대한 거짓말의 틈바구니에서 유일하게 의문을 제기했던 사람이 한 명 있었다.

 

'한서연.'

 

고등학교 방송반 동창이자, 지금은 한 인터넷 탐사보도 전문 매체의 사회부 기자로 뛰고 있는 인물.

 

몇 년 전 동창회 자리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그녀는 취기가 오른 목소리로 우진에게 이렇게 속삭였었다.

 

'우진아, 너희 아버지가 실종되던 날 밤에 벌어진 화재 사건 일지 알아? 소방서 출동 명령이 실제 화재 신고보다 17분이나 먼저 떨어졌어. 단순 실종이 아니야. 그 시절 아버지가 다니던 연구소도 그날 밤에 불타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당시의 우진은 지워진 유년기의 기억과 일상의 관성에 젖어 그녀의 말을 음모론자의 헛소리 정도로 치부하며 넘겨버렸었다.

 

관자놀이가 지끈거리며 두통이 올 때마다 그저 신경과 약을 삼키며 회피했던 과거의 자신.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녀가 파고들던 그 '누락된 17분'과 '사라진 연구소'야말로 시스템의 균열이 드러났던 현장이었음을.

 

2. 공중전화와 익숙한 목소리

 

역삼역 4번 출구 뒷골목, 낡은 여관 건물 모퉁이에 녹슨 공중전화 부스가 위태롭게 서 있었다.

 

요즘 세상에 카드나 동전을 넣고 거는 공중전화를 찾는 것은 서울 하늘 아래에서 별을 찾는 것만큼이나 드문 일이었다.

 

그러나 시스템의 전산망 감시를 피하려면 스마트폰 통화는 절대 금물이었다.

 

우진은 편의점 앞 자판기 잔돈 반환구에서 챙겨온 백 원짜리 동전 세 개를 투입구에 밀어 넣었다.

 

짤랑, 하는 둔탁한 금속음과 함께 수화기에서 뚜- 하는 기계적인 신호음이 흘러나왔다.

 

그는 망설임 없이 십수 년 동안 머릿속 한구석에 각인되어 있던 번호를 꾹꾹 눌렀다.

 

신호음이 세 번 울렸다.

 

네 번째 신호음이 울리기 직전, 덜컥하는 소리와 함께 숨을 헐떡이는 여자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채웠다.

 

"여보세요? 한서연입니다. 누구시죠? 이 새벽에 공중전화로 전화를 다 주시고."

 

특유의 날이 서 있으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목소리.

 

잠에서 덜 깬 기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늘 무언가를 쫓고 있는 자의 팽팽한 긴장감이 실려 있었다.

 

우진은 침을 꿀꺽 삼키며 입술을 달싹였다.

 

"나야, 서연아."

 

수화기 너머의 공기가 순간 얼어붙었다.

 

타자기 두드리는 소리와 종이 넘기는 소리가 일시에 멎었다.

 

몇 초간의 적막 끝에, 한서연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강우진?"

 

"그래."

 

"너 지금 제정신이야? 너 어디야? 아니, 그것보다 지금 번호가 왜 공중전화로 떠? 네 핸드폰은 어쩌고?"

 

쏟아지는 질문 속에는 당혹감과 함께 묘한 경계심이 묻어나고 있었다.

 

우진은 공중전화 부스의 때 묻은 아크릴 유리 너머로 어둠에 잠긴 골목 어귀를 살폈다.

 

"스마트폰은 켜둘 수가 없어. 추적당하고 있거든."

 

"……뭐? 추적?"

 

한서연의 목소리에 일순 비웃음이 섞이는가 싶더니, 이내 심상치 않은 기류를 감지한 듯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너 지금 취한 거 아니지? 장난치는 톤이 아닌데. 대체 누구한테 쫓긴다는 거야? 채권자라도 생겼어? 태성C&I 잘 다니고 있던 거 아니었어?"

 

"말하자면 길어. 전화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야. 서연아, 예전에 네가 말했던 거 기억해? 15년 전 우리 아버지 실종되던 날, 테헤란로 전산망 마비 사건이랑 연구소 이야기."

 

이번에는 수화기 건너편에서 의자가 뒤로 밀리는 거친 소리가 들려왔다.

 

한서연의 호흡이 눈에 띄게 가빠졌다.

 

"너 갑자기 그 이야기를 왜 꺼내? 몇 년 전에 내가 물어봤을 땐 헛소리 취급하면서 다 잊고 살라고 매몰차게 돌아섰던 놈이."

 

"상황이 바뀌었어. 내가…… 직접 봤거든."

 

"뭘 봤다는 건데?"

 

우진은 관자놀이를 지그시 짚으며 낮게 읊조렸다.

 

"아버지가 왜 사라졌는지, 그리고 그 연구소가 왜 불타야 했는지 그 단서를 찾았어. 지금 널 만나야 해. 네가 가지고 있던 그 시절 취재 자료, 아직 가지고 있지?"

 

한서연은 즉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기자의 본능으로 상대방의 진의를 가늠하고 있었다.

 

낡은 수화기를 타고 그녀의 가늘고 긴 숨소리가 흘러들어왔다.

 

"……너한테 묻고 싶은 게 산더미 같지만, 목소리 들으니까 헛소리는 아닌 것 같네. 어디로 오면 돼?"

 

"서초동 법조타운 뒤편에 있는 24시간 패스트푸드점 알지? 2층 구석 자리. 사람이 제일 없고 CCTV 사각지대가 있는 곳으로 와."

 

"30분 걸려. 거기서 꼼짝 말고 있어."

 

뚝, 하는 소리와 함께 통화가 끊겼다.

 

우진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잔돈 반환구를 손가락으로 훑은 뒤, 모자를 깊게 눌러썼다.

 

공중전화 부스를 빠져나오는 우진의 시야에, 맞은편 건물 옥상 모서리가 걸렸다.

 

짙은 새벽안개 속에서도 묘한 위화감이 느껴지는 자리.

 

집중해서 바라보려 하자 관자놀이의 흉터가 욱신거리며 통증을 뿜어냈다.

 

그는 더 이상 시선을 주지 않고 고개를 떨군 채 인파가 드문 골목을 따라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3. 24시간 매장의 불빛

 

서초동 법조타운 이면도로에 자리 잡은 붉은 간판의 패스트푸드점은 새벽 시간대 특유의 기름 냄새와 표백제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1층 카운터에는 피로에 찌든 아르바이트생이 턱을 괸 채 졸고 있었고, 매장 구석 라디오에서는 흘러간 팝송이 지직거리며 흘러나왔다.

 

우진은 가장 싼 드립 커피 한 잔을 현금으로 계산한 뒤, 계단을 밟고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텅 비어 있었다.

 

형광등 서너 개가 수명을 다해 깜빡거리고 있었고, 통유리창 너머로는 새벽 5시를 향해 달려가는 도시의 푸르스름한 어스름이 드리워져 있었다.

 

우진은 창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비상계단 통로와 맞닿은 구석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벽면에 달린 돔형 CCTV 카메라의 렌즈 각도를 확인한 뒤, 카메라의 사각에 정확히 머리가 들어가도록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았다.

 

종이컵에서 피어오르는 미지근한 김을 바라보며, 우진은 테이블 밑으로 손을 내려 주머니 속 물건들을 하나씩 점검했다.

 

아버지 강정호의 유품 노트.

 

윤채린이 떨어뜨리고 간 N.P 메모지.

 

그리고 박민재 팀장 사건 이후 자신이 직접 기록하기 시작한 검은 가죽 수첩, '도형 관찰 일지'.

 

일지 속에는 지난 나흘 동안 목격했던 궤도의 법칙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백색 네모(□)의 일상성.

 

붉은 세모(△)의 파멸과 붕괴.

 

검은색이 의미하는 외부 세력의 조작과 개입.

 

그리고 은빛 동그라미(○)가 가진 격자망 척력과 규격 외의 가능성.

 

'인과율의 보존 법칙. 그리고 궤도 강제 덮어쓰기.'

 

지하철역에서 구출했던 아이 민우, 그 대가로 아버지를 잃을 뻔한 청년 민수.

 

사기 계약을 막아주었음에도 동생의 사채 보증이라는 대체 변수로 인해 기어이 쓰러져 뇌출혈로 실려 간 편의점 김 씨.

 

이 잔혹한 도식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시스템은 거대한 엔트로피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누군가의 궤도를 수정한 에너지를 반드시 인접한 다른 사람에게 전가시키거나 대체 사건을 투입해 사전에 정해진 파멸 값을 채워 넣고 있었다.

 

'국소적인 개입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아버지의 노트에 적혀 있던 그 문장은 차가운 현실이었다.

 

가지를 쳐내면 줄기에서 더 독한 독버섯이 피어난다.

 

근원을 잘라내야 한다.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며 인생의 궤도를 찍어내고 통제하는 거대한 중심축, '중앙 코어'.

 

그 코어의 위치를 알아내고 시스템의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15년 전 아버지가 도달했던 연구의 끝자락을 찾아내야만 했다.

 

계단 쪽에서 또각거리는 날카로운 구두 굽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진의 신경이 순식간에 곤두섰다.

 

그는 반사적으로 시야를 좁히며 계단 쪽을 응시했다.

 

1단계 외형 인지(Surface Scan).

 

계단을 올라오는 인영의 정수리 위를 무의식적으로 훑었다.

 

어둠 속에서 드러난 여자의 실루엣 위로 은은한 형상이 맺혔다.

 

일정한 윤곽을 지닌 차분한 백색 네모(□).

 

그러나 여타 평범한 직장인들의 그것처럼 완벽하게 고정된 사각형이 아니었다.

 

네모의 테두리 부근이 미세하게 진동하며, 모서리 한쪽이 바깥쪽으로 뾰족하게 튀어나오려는 듯한 불규칙한 파동을 그리고 있었다.

 

시스템의 통제 궤도 안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그 틀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파헤치려는 인간 특유의 궤도적 불안정성.

 

갈색 트렌치코트 깃을 바짝 세우고 검은 서류 가방을 든 여자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한서연이었다.

 

4. 날 선 재회

 

한서연은 화장기 없는 창백한 얼굴에 둥근 뿔테 안경을 걸치고 있었다.

 

며칠 밤을 새운 것인지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있었지만, 안경 너머로 번뜩이는 눈빛만큼은 날이 바짝 서 있었다.

 

그녀는 주변을 경계하듯 매장 내부를 한 바퀴 둘러본 뒤, 우진의 맞은편 의자를 거칠게 빼내어 앉았다.

 

쿵, 소리와 함께 두툼한 가죽 서류 가방이 테이블 위에 얹혔다.

 

"얼굴 꼴이 그게 뭐야, 강우진?"

 

한서연의 첫마디는 날카로웠다.

 

그녀의 시선이 우진의 헝클어진 머리칼과 충혈된 눈, 그리고 파리하게 질린 뺨을 훑고 지나가더니 이내 오른쪽 관자놀이의 4센티미터 수술 흉터에 멎었다.

 

"너…… 안색이 시체 같아. 며칠 굶은 사람처럼 왜 이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우진은 식어버린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쓴맛이 혀를 타고 목구멍으로 넘어갔지만, 아무런 감흥도 느껴지지 않았다.

 

"와줘서 고맙다, 서연아."

 

"고마운 건 됐고, 본론부터 말해. 나 지금 마감 코앞인 기획 기사 팽개치고 달려온 거야. 네가 새벽에 공중전화로 헛소리나 지껄이려고 날 부른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해 봐."

 

한서연은 팔짱을 끼며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녀의 목소리는 냉정했지만,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15년 동안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금기를 강우진 본인이 직접 꺼내 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그녀에게도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우진은 품 안에서 낡은 하드커버 일지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조용히 올려놓았다.

 

15년의 세월 동안 모서리가 닳고 가죽 표지가 바래버린 물건.

 

표지 중앙에는 펜으로 꾹꾹 눌러쓴 정갈한 글씨가 남아 있었다.

 

[항상성 네트워크와 궤도 동역학 연구 - 강정호]

 

한서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의 시선이 노트 표지에 닿는 순간, 그녀의 머리 위에 떠 있던 백색 네모의 진동수가 급격히 빨라졌다.

 

"이건…… 아저씨 연구 노트잖아? 네가 이걸 어떻게…… 너희 아버지 실종되고 나서 이거 다 불태워 버렸다고 하지 않았어?"

 

"어머니가 태우려던 걸 내가 빼돌렸었어. 그땐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그냥 아버지가 남긴 유품이라 숨겨뒀던 건데……."

 

우진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최근에야 이 안에 적힌 게 무슨 뜻인지 알게 됐어."

 

한서연은 조심스러운 손길로 노트를 향해 손을 뻗었다.

 

마치 깨지기 쉬운 유리 공예품을 다루듯 떨리는 손가락으로 가죽 표지를 넘기자, 정밀한 수식과 기하학적 도형, 그리고 복잡한 네트워크 모식도들이 빽빽하게 펼쳐졌다.

 

[인간의 운명선은 독립적이지 않다.

 

거대한 사각 격자(Grid) 내에서 상호 구속되며, 엔트로피의 총량은 외부의 중심 연산에 의해 일정하게 유지된다.]

 

[단일 노드의 궤도를 강제로 이탈시킬 경우, 시스템은 항상성을 복구하기 위해 인접 노드에 동일한 파멸 에너지를 대리 집행한다.]

 

한서연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녀는 안경을 벗어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마른세수를 했다.

 

"세상에…… 아저씨가 연구하던 게 진짜 이거였단 말이야? 난 단순히 시스템 보안이나 통신망 최적화 관련 기초 과학 연구인 줄 알았는데……."

 

"단순한 학문이 아니야, 서연아. 이건 이 도시를 통제하는 규칙이야."

 

우진은 똑바로 한서연의 눈을 바라보았다.

 

거짓이나 망상이 섞이지 않은, 서늘할 정도로 명징한 시선이었다.

 

"지난 며칠 동안 내가 겪은 일들이 전부 이 노트에 적힌 공식 그대로 일어났어. 사람들의 목숨, 사고, 파멸…… 전부 누군가에 의해 사전에 계산되고 집행되고 있어. 언론에 보도되는 사건 사고 속보조차 실제 사건보다 몇 분씩 앞서서 송고되는 시스템이 존재해."

 

한서연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갔다.

 

기자의 직관이 그녀의 뇌리에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낮게 읊조렸다.

 

"속보 시간 오차…… 너도 그걸 봤구나."

 

우진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너도 알고 있었어?"

 

"선배 기자들이 가끔 술자리에서 도시전설처럼 떠들던 괴담이 있었어. 대형 사고나 정재계 거물들의 돌연사가 터질 때, 메이저 통신사 데스크에 이미 송고 준비가 끝난 사전 기사가 몇 분 전에 전산망에 등록되어 있다는 소문."

 

한서연이 자신의 서류 가방 버클을 딸깍 소리 나게 풀었다.

 

"단순한 엠바고나 전산 시스템의 타임스탬프 오류라고 치부하고 넘어갔지. 감히 그걸 파고들려는 기자는 없었어. 왜인 줄 알아? 그걸 진짜로 취재하려던 인간들은 전부 음주운전 차량에 치이거나, 갑작스러운 심근경색으로 급사했으니까."

 

5. 봉인된 15년 전의 기록

 

한서연은 두툼한 서류 가방 안에서 노란색 지목 파일철 하나를 꺼냈다.

 

겉표지에는 붉은색 스탬프 직인이 찍혀 있었다.

 

[미제/비공개 처리 사안 : 2011-09-17 테헤란로 일대 전산망 블랙아웃 및 특수 시설 화재 사건]

 

파일철을 여는 그녀의 손끝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네가 전화로 연구소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난 온몸에 소름이 돋았어. 15년 전, 너희 아버지가 실종되던 바로 그날 밤에 벌어진 일이야."

 

탁자 위에 누렇게 변색된 신문 스크랩과 출력된 팩스 문서들이 펼쳐졌다.

 

우진의 시선이 한 장의 흑백 사진에 꽂혔다.

 

소방차 수십 대가 둘러싼 채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도심 외곽의 건물 잔해.

 

3층짜리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건물은, 마치 내부에서 고열의 폭탄이 터진 것처럼 외벽이 엿가락처럼 휘어져 주저앉아 있었다.

 

기사의 헤드라인이 우진의 망막을 찔렀다.

 

[원인 불명의 누전으로 인한 화학 연구소 전소…… 연구원 3명 실종]

 

[소방당국,

"유독가스로 내부 진입 불가…… 잔해 수색 난항"

 

]

"이 기사,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한서연이 볼펜 끝으로 기사 본문의 날짜와 시간을 짚었다.

 

"화재 신고 접수 시각이 새벽 2시 40분이야. 그런데 강남소방서의 상황 일지 원본을 내가 뒷조사해서 확인해 보니까, 최초 출동 명령이 떨어진 시각은 새벽 2시 23분이었어."

 

우진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17분의 오차……."

 

"맞아. 불이 나기도 전에 소방서에 출동 지령이 떨어졌어. 그리고 더 기괴한 건 뭔지 알아?"

 

한서연이 다른 문서를 내밀었다.

 

그것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합동 감식 결과 보고서 사본이었다.

 

"사건 발생 사흘 뒤, 감식반이 현장에 투입됐어. 그런데 보고서 결론이 기가 막혀. '화재 원인 특정 불가, 전자기적 고온 방전에 의한 구조물 붕괴로 추정'. 화학 약품이 탄 게 아니야. 현장에서는 기름 냄새도, 화학 물질 반응도 나오지 않았어. 대신 반경 50미터 이내의 모든 전자 기기와 하드디스크가 자성에 의해 완벽하게 소자(消磁)되어 있었어."

 

우진은 마른침을 삼키며 사진 속 불탄 잔해를 노려보았다.

 

단순한 화재가 아니었다.

 

시스템이 자신들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물리적, 전자기적으로 공간 전체를 포맷해 버린 흔적이었다.

 

"그리고 이 연구소……."

 

한서연이 목소리를 극도로 낮추며 테이블 위로 상체를 바짝 기울였다.

 

"등기부등본상에는 '한국첨단통신기술연구원'이라는 유령 법인 명의로 되어 있었어. 하지만 연구소 부지의 실제 소유권과 자금 흐름을 끝까지 추적해 보니까, 이상한 페이퍼 컴퍼니 하나가 나오더군."

 

그녀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단어가 우진의 귓전에 비수처럼 꽂혔다.

 

"큐브 네트웍스."

 

우진의 손이 반사적으로 주먹을 쥐었다.

 

편의점 김 씨를 파멸로 몰고 갔던 그 투자 컨설팅 회사의 이름.

 

푸른색 육면체 로고를 내세워 사람들의 삶을 갉아먹던 배후 조직의 위장 계열사.

 

그 이름이 이미 15년 전 아버지의 연구소 뒤편에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그 연구소에서 뭘 하고 계셨던 거지?"

 

우진의 떨리는 물음에 한서연은 서류 더미 속에서 클립으로 철해진 얇은 인쇄물 몇 장을 집어 들었다.

 

그것은 불에 타다 남은 문서를 복사한 듯 모서리가 검게 그을려 있었고, 군데군데 활자가 뭉개져 있었다.

 

"그 화재 현장에서 유일하게 반출된 내부 문건 일부야.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한 소방관이 바닥에 나뒹굴던 걸 몰래 챙겨뒀다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몇 년 뒤 내 사수였던 선배한테 넘겼던 자료지."

 

한서연이 종이를 테이블 정중앙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나도 이 문서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어. 하지만 우진아, 이건…… 네가 봐야만 해."

 

6. K-07과 지워진 과거

 

타다 남은 문서의 첫 장 상단에는 굵은 고딕체로 프로젝트 명칭이 적혀 있었다.

 

[Nemo Project : 인간 궤도 제어 및 항상성 유지 시스템 1단계 임상 보고서]

 

그 글자를 확인하는 순간, 우진의 시신경 뒤편이 번쩍하며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일었다.

 

2단계 심층 분석을 발동하지 않았음에도, 관자놀이의 4센티미터 흉터가 격렬하게 요동쳤다.

 

마치 닫혀 있던 기억의 문을 안쪽에서 무언가가 거칠게 두드리는 것만 같았다.

 

우진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문서의 다음 장을 넘겼다.

 

[연구 책임자 : 강정호 수석연구원 (Node-0)]

 

활자로 박힌 아버지의 이름.

 

그리고 그 아래로 이어진 연구 개요는 상상을 초월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인간의 뇌파 및 신경계는 특정 주파수의 전자기적 격자(Grid)에 동조될 수 있다.

 

유년기 신경망 형성 단계에서 관자놀이 시신경 분지와 뇌간 부근에 생체 제어 칩을 식립할 경우, 대상의 궤도 인식 체계를 시스템과 동기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본 프로젝트의 목적은 무작위적 엔트로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혼란과 돌발 변수를 사전에 차단하고, 완전한 질서와 예측 가능한 궤도(Square Orbit)를 도시 전역에 구축하는 것에 있다.]

 

손가락이 떨려왔다.

 

우진은 자신의 오른쪽 관자놀이를 더듬었다.

 

피부 아래로 만져지는 딱딱한 흉터 조직.

 

17세 이전의 기억이 마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포맷한 것처럼 하얗게 탈색되어 있던 이유.

 

부모에 대한 감정적인 유대나 유년 시절의 따스한 추억 대신, 메마른 텍스트 정보만이 머릿속에 박혀 있던 기괴한 공백.

 

그것은 자연적인 망각이 아니었다.

 

뇌간에 박혀 있던 통제 칩을 강제로 뜯어내는 과정에서 발생한 신경계 파괴이자 기억의 절제였다.

 

"우진아, 괜찮아?"

 

한서연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우진의 어깨를 붙잡았다.

 

"얼굴이 너무 창백해. 숨 쉬어, 강우진."

 

"……난 괜찮아. 계속 말해 봐."

 

우진은 가쁜 숨을 내쉬며 문서를 움켜쥐었다.

 

한서연은 입술을 달싹이며 문서의 세 번째 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화재가 나던 날 밤, 연구소 내부에서 격렬한 충돌이 있었던 것 같아. 아저씨는…… 강정호 연구원은 이 프로젝트가 인간의 자유의지를 완전히 말살하고 거대한 가축 사육장 같은 통제 사회를 만든다는 걸 깨닫고 시스템을 파괴하려 했어."

 

"파괴……."

 

"그래. 시스템의 중앙 제어 코어에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심고, 연구소에 보관되어 있던 핵심 데이터와 피실험자들을 탈출시키려 했던 거야. 하지만 배후 조직이 그걸 눈치챘어."

 

한서연의 눈가에 서글픈 빛이 감돌았다.

 

"조직은 아저씨를 반역자로 규정하고 연구소를 통째로 불태워 버렸어. 그리고 아저씨의 육체와 지능을 시스템의 유지 부품으로 강제 편입시켜 버린 거지. 그게 바로 네가 말한 'Node-0'의 진실이야."

 

아버지는 도망친 것이 아니었다.

 

가족을 버린 것도, 아들을 팔아넘긴 것도 아니었다.

 

이 거대한 괴물 같은 시스템의 폭주를 막기 위해 홀로 사투를 벌이다가, 결국 시스템의 심장부에 갇혀 버린 것이었다.

 

어머니가 내뱉었던 그 저주 섞인 비명들.

 

"아버지는 널 버린 거다. 널 팔아넘긴 거다……."

 

그것은 시스템의 감시관들이 어머니의 머릿속에 주입한 강제된 궤도의 거짓말이었으며, 아들이 진실에 다가서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 쳐놓은 방어벽이었다.

 

우진의 눈에서 뜨거운 열기가 치밀어 올랐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가 전신을 타고 흘렀다.

 

타인의 삶을 사각형의 틀에 가두고, 말을 듣지 않으면 파멸의 세모를 내던지며, 쓸모가 다하면 흔적도 없이 지워버리는 세계.

 

그 세계의 설계자들은 자신의 아버지마저 시스템의 부품으로 삼아 영원한 굴레 속에 가두어 두었다.

 

7. 붉은 점과 새로운 위협

 

"그런데 서연아."

 

우진은 침착을 되찾으려 애쓰며 한서연을 응시했다.

 

"이 문서, 연구소 화재 당시에 빼돌려진 거라면…… 다른 피실험자들에 대한 기록은 없었어?"

 

한서연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서류 가방 안쪽 깊숙한 곳에서 또 다른 얇은 파일 하나를 더 꺼내 들었다.

 

"사실…… 내가 이 사건을 15년 동안 포기하지 못했던 결정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어."

 

그녀의 손가락이 파일을 열어젖혔다.

 

그 안에는 불에 반쯤 그을린 채 간신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환자 차트 같은 서류가 들어 있었다.

 

상단에 적힌 글자가 우진의 심장을 멎게 만들었다.

 

[생체 통제 칩 이식 대상자 명단 및 뇌파 적합도 검사 결과]

 

수십 명에 달하는 대상자들의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혀 있었지만, 대부분의 칸은 새까만 먹물로 지워져 있거나 불에 타서 판독이 불가능했다.

 

오직 첫 번째 줄만이, 기적처럼 온전한 글씨로 남아 있었다.

 

[식별 코드 : Node-1 / K-07]

 

[성명 : 강우진 (당시 만 17세)]

 

[특이 사항 : 신경망 동조율 98.7%.

 

시신경 분지 내 궤도 시각화 알고리즘 완벽 안착.

 

시스템 이탈 위험도 최상(S등급).

 

통제 칩 강제 적출 흔적 확인.

 

즉각적인 회수 및 재진입 조치 요망.]

 

종이를 쥔 우진의 손가락마디가 하얗게 질려갔다.

 

골목길에서 마주쳤던 소녀 윤채린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귓전을 때렸다.

 

'아저씨, 관자놀이 그거…… 칩 뺀 자리잖아요. 아저씨가 K-07이죠?'

 

모든 조각이 들어맞았다.

 

자신이 왜 타인의 머리 위에 뜬 도형을 볼 수 있는지.

 

왜 집중할 때마다 관자놀이 흉터가 찢어질 듯 아파오는지.

 

그리고 왜 그 검은 육면체의 감시관이 자신을 향해 'K-07, 궤도 재진입을 선언한다'며 살기를 드러냈는지.

 

그는 우연히 초능력을 얻은 관찰자가 아니었다.

 

이 지옥 같은 시스템이 만들어낸 최초의 성공작이자, 시스템의 통제를 거부하고 뛰쳐나온 결함품이었던 것이다.

 

"우진아, 너…… 네 머리에 무슨 짓을 당했던 거야?"

 

한서연의 목소리에 깊은 슬픔과 경악이 교차했다.

 

그녀는 우진의 흉터를 향해 떨리는 손을 뻗으려다 허공에서 멈추었다.

 

"고등학교 때 네가 늘 두통약을 달고 살았던 것도, 기억이 안 난다며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던 것도…… 전부 이것 때문이었어?"

 

"서연아, 지금 감상에 젖어 있을 시간이 없어."

 

우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문서를 낚아채듯 품에 넣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치직.

 

매장 천장에 매달려 있던 형광등 하나가 기괴한 파열음을 내며 꺼졌다.

 

2층 전체를 채우고 있던 라디오의 팝송 소리가 거친 노이즈로 뒤바뀌었다.

 

지지직- 삐이이익-.

 

전자기적 간섭 현상.

 

우진의 관자놀이에 불에 덴 듯한 극심한 작열감이 덮쳐왔다.

 

"윽……!"

 

머리를 감싸 쥔 우진의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1단계 인지를 넘어, 의지와 무관하게 2단계 심층 분석(Deep Analysis)의 감각이 강제로 열렸다.

 

시야가 푸르스름하게 탈색되며, 주변의 모든 사물이 기하학적 격자망의 선으로 분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진의 눈에 들어온 맞은편 한서연의 모습.

 

그녀의 정수리 위에서 미세하게 진동하던 은은한 백색 네모(□).

 

그 사각형의 네 모서리에 거미줄 같은 미세한 균열이 쩍쩍 갈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균열의 중심부에서, 칠흑 같은 검은 먹물이 배어 나오듯 짙은 어둠이 번져가고 있었다.

 

네모의 변들이 뒤틀리며 뾰족한 각을 형성하려 하고 있었다.

 

'세모(△)……!'

 

단순한 붉은 세모가 아니었다.

 

외부의 거대한 악의와 외압이 직접 개입할 때만 나타나는, 빛을 삼키는 검은색의 파멸 궤도.

 

한서연의 머리 위 허공으로, 천장을 뚫고 하늘 높은 곳으로 뻗어 올라가는 굵은 꼭두각시 줄의 환영이 뚜렷하게 맺혔다.

 

"서연아, 엎드려!"

 

우진이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나 한서연의 어깨를 낚아채 바닥으로 메치듯 끌어내렸다.

 

콰아아앙!

 

매장 2층의 두꺼운 통유리창이 굉음과 함께 안쪽으로 산산조각 나며 터져나갔다.

 

수천 개의 날카로운 유리 파편이 눈보라처럼 실내로 쏟아져 들어왔다.

 

유리 파편 너머로 불어닥친 새벽바람 속에서, 칠흑 같은 어둠을 두른 형체가 창틀을 딛고 매장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검은 코트.

 

감정이 완전히 거세된 창백한 얼굴.

 

그리고 그의 정수리 위에서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코드를 흘려보내며 공중에 떠 있는, 완벽한 3차원의 검은 육면체(Black Cube).

 

감시관이었다.

 

감시관의 무기질적인 시선이 바닥에 엎드린 우진과 서연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인간의 성대를 거치지 않고 기계의 스피커를 울려 나오는 것처럼 서늘하게 울려 퍼졌다.

 

"이탈 개체 Node-1, 프로토타입 K-07 포착. 접촉 대상자 한서연, 오염도 87% 도달."

 

감시관의 손가락이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그의 머리 위 검은 육면체에서 붉은빛 레이저 같은 궤도 보정 선들이 뿜어져 나와, 한서연의 심장을 향해 일직선으로 꽂혔다.

 

"규정에 따라 외부 접촉 노드에 대한 즉각 소거 시퀀스를 집행한다."

독자님의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추천이 작가님의 다음 이야기를 피워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