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음악가
1. 헌책방의 아침 햇살
아침 햇살이 상도동 147번지 언덕길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작업실 문을 열어젖히자 밤새 갇혀 있던 메마른 대팻밥 향과 갓 바른 천연 오일 냄새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강우진은 작업대 위에 가지런히 놓인 도면 한 장을 손끝으로 가만히 쓸어내렸다.
골목길 어귀, 복덕방 할머니와 오가는 이웃들이 잠시 짐을 내려놓고 숨을 돌릴 수 있도록 구상한 평상형 원목 벤치의 스케치였다.
인위적으로 모서리를 각지게 깎아낸 규격품이 아니었다.
오랜 세월을 버텨온 물푸레나무의 자연스러운 곡선을 살리고, 앉았을 때 무릎 뒤가 편안하도록 둥글게 굴린 순수한 휴식의 자리였다.
"강 목수님, 계세요?"
작업실 덧문 밖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면장갑을 벗으며 고개를 돌리자, 헐렁한 베이지색 린넨 재킷을 걸친 한서연이 문틀에 기대어 서 있었다.
손에는 막 테이크아웃해 온 종이컵 두 개가 들려 있었다.
"일찍 오셨네요, 서연 씨."
"모퉁이 서재 사장님이 오늘 볶은 원두가 기가 막히다고 우진 씨 꼭 갖다주라잖아요."
서연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작업대 위에 올려놓았다.
쌉싸름하고 고소한 커피 향이 은은한 나무 향과 섞이며 작업실 안을 포근하게 채웠다.
"어제 제천 다녀오느라 피곤했을 텐데, 벌써 도면을 다 그리셨어요?"
서연이 작업대 위에 펼쳐진 스케치북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시선이 도면 위로 흐르는 유려한 나무 곡선과, 그 옆에 연필로 조심스럽게 적힌 치수들에 머물렀다.
"피곤하긴요. 오히려 오랜만에 머릿속이 맑아져서 손이 절로 움직였습니다."
우진이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켜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유년기 내내 시신경을 옥죄던 편두통도, 사방을 사각 틀로 가두려던 푸른 잔상도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평온한 공백 속에서 그가 채워 넣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손끝에 닿는 나무의 결뿐이었다.
"그나저나 서연 씨, 어젯밤에 문틈으로 들어온 엽서를 봤습니다."
우진이 가슴 안쪽 주머니에서 반듯하게 접어둔 도톰한 수제 엽서 한 장을 꺼내 보여주었다.
서연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어머, 채린이가 보낸 거예요?"
엽서 뒷면에 수채화로 정성스럽게 그려진 호두나무 테이블과, 그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얼굴 없는 연주자들의 실루엣.
그리고 그 아래 적힌 앙증맞은 초대 문구를 읽어 내려가던 서연의 입꼬리가 기분 좋게 말려 올라갔다.
"세상에…… 채린이가 첫 야외 거리 전시회를 연다고요? 그것도 홍대 숲길에서?"
"네. 공모전에서 떨어진 제 비대칭 테이블을 들고 오라고 하더군요. 아주 특별한 손님들도 불렀다면서요."
"그럼 망설일 게 뭐 있어요! 당연히 가야죠. 그 테이블이 어떤 테이블인데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명작인데."
서연은 마치 자기 일처럼 신이 나서 손뼉을 쳤다.
"안 그래도 오늘 홍대 쪽에 들를 일이 있었어요. 《선택할 권리》 2쇄 인쇄 감리를 맡아준 독립 출판사 대표님이 근처에 계셔서 미팅이 있거든요. 같이 가요, 우진 씨!"
씩씩하게 차 키를 짤랑거리는 서연을 보며 우진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테이블을 싣고 가려면 제 낡은 트럭으로 움직이는 게 낫겠습니다."
"좋아요! 제가 조수석에서 완벽한 인간 내비게이션이 되어 드릴게요."
정해진 각본도, 시스템의 최적화 경로도 없는 길.
두 사람은 덜컹거리는 1톤 화물차에 흠집 하나 없는 호두나무 식탁을 실어 올리고, 초여름 햇살이 쏟아지는 서울 도심을 향해 시동을 걸었다.
2. 홍대 숲길의 활기
홍대입구역 뒤편으로 길게 뻗은 경의선 숲길은 주말을 앞두고 젊음과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철길을 걷어내고 푸른 잔디와 실개천을 조성한 흙길 위로, 수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속도로 걸어가고 있었다.
어떤 이는 강아지의 목줄을 쥐고 여유롭게 풀잎을 바라보았고, 어떤 이는 잔디밭 돗자리 위에 누워 책장을 넘겼다.
차를 인근 공영주차장에 대고 호두나무 테이블을 든 우진과 서연이 숲길 안쪽으로 걸어 들어왔다.
우진의 시야는 더없이 맑고 투명했다.
지나가는 행인들의 머리 위 10센티미터 상공 어디에도, 과거처럼 일상을 옭아매던 백색 네모(□)나 파멸을 경고하던 검은 세모(△)는 떠 있지 않았다.
하늘을 올려다보아도 인간의 의지를 조종하던 검은 꼭두각시 줄선 대신, 눈부신 초여름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금빛 햇살만이 가득했다.
"아저씨! 서연 언니!"
숲길 중간, 커다란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서 낯익고 맑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물감이 잔뜩 묻은 헐렁한 데님 멜빵바지를 입은 윤채린이 양손을 번쩍 들고 방방 뛰고 있었다.
소녀의 얼굴에는 건강한 홍조가 돌았고, 한때 시스템의 척력으로 인해 떨리던 가느다란 손가락에는 짙은 유화 물감과 흑연 가루가 훈장처럼 묻어 있었다.
"채린아!"
서연이 먼저 달려가 채린을 와락 끌어안았다.
"세상에, 얼굴 좋아진 것 좀 봐! 살도 좀 붙고, 진짜 화가 다 됐네!"
"언니, 보고 싶었어요! 아저씨도요!"
채린이 우진을 올려다보며 배시시 웃었다.
우진은 들고 있던 묵직한 호두나무 테이블을 잔디밭 한가운데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자연스러운 나뭇결이 비대칭으로 흐르고, 정중앙의 거친 옹이가 투명한 수지 속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식탁이었다.
채린의 동그란 눈동자가 테이블을 향해 깊은 감탄을 뿜어냈다.
"우와…… 엽서에 상상해서 그렸던 것보다 백배는 더 멋져요. 이 옹이 좀 봐. 진짜 호수 같아요."
채린은 손끝으로 옹이 표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과거 은빛 동그라미의 척력에 지배당할 때는 붓조차 제대로 쥐지 못해 종이를 찢어발기던 손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손끝은 온전히 자기 자신의 근육과 감각으로 나무의 체온을 느끼고 있었다.
"공모전 심사위원들이 눈이 삐었지, 어떻게 이런 작품을 규격 미달이라고 떨어뜨릴 수가 있어요?"
채린이 입술을 삐죽이며 투덜거리자 우진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덕분에 네 전시회에 이렇게 훌륭한 받침대로 쓰이게 되었잖니. 떨어진 게 오히려 다행이다."
"맞아요! 오늘 이 테이블이 우리 야외 전시회의 메인 무대예요."
채린은得意양양한 표정으로 잔디밭 주변에 이젤을 세우고 걸어둔 그림들을 가리켰다.
규격화된 캔버스 대신 버려진 상자 조각, 낡은 나무판자, 거친 한지 위에 자유분방하게 그려진 수채화와 아크릴화들이었다.
사각 격자도, 수학적 원근법도 없었다.
도시의 빌딩들은 춤을 추듯 휘어져 있었고, 지나가는 고양이의 수염은 무지갯빛으로 번져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자신의 눈과 가슴으로 투빙해낸,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불완전하고도 눈부신 예술이었다.
"그런데 채린아, 엽서에 썼던 '아주 특별한 손님들'은 누구니? 아직 안 온 거야?"
서연이 주변을 둘러보며 묻자, 채린이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곧 올 거예요.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다 같이 걸어오고 있댔거든요. 그전에 우리 자리부터 세팅해요!"
세 사람은 호두나무 테이블 위에 채린이 직접 만든 작은 팸플릿과 수제 엽서들을 가지런히 정리하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잔디 향과 물감 냄새가 섞여 기분 좋게 코끝을 간지럽혔다.
3. 붉은 벽돌 담장 아래의 버스커
전시 준비를 돕던 우진의 귓가에 문득 낯익은 기타 선율 하나가 날아들었다.
숲길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 붉은 벽돌 담장 모퉁이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투박하지만 힘 있는 통기타 스트로크.
그리고 약간 거칠게 갈라지면서도 가슴을 울리는 젊은 남자의 노랫소리.
우진은 손에 쥐고 있던 팸플릿을 내려놓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 저 노래……"
서연도 귀를 기울이며 눈을 깜빡였다.
"우진 씨, 어제 우리 제천 내려갈 때 고속도로 라디오에서 들었던 그 무명 가수 노래 아니에요? 완벽하진 않은데 숨소리가 다 들린다던 그 노래요!"
"맞는 것 같습니다."
우진은 홀린 듯 발걸음을 옮겼다.
서연과 채린이 서로 눈짓을 나누며 우진의 뒤를 따랐다.
담장 모퉁이 그늘 아래, 낡은 앰프 하나를 바닥에 내려놓고 보면대도 없이 선 한 청년이 보였다.
헐렁한 청재킷에 군용 워커를 신은 청년은 땀에 젖은 이마를 손등으로 훔치며 연신 기타 줄을 튕기고 있었다.
그의 발치에는 지퍼가 반쯤 열린 낡은 기타 케이스가 놓여 있었는데, 안에는 고작 천 원짜리 몇 장과 백 원짜리 동전 대여섯 개가 뒹굴고 있을 뿐이었다.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바쁜 걸음으로 청년을 스쳐 지나갔다.
가끔 호기심에 멈추어 서는 이들도 있었지만, 노래 한 소절이 끝나기도 전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자리를 떴다.
청년의 노래는 음정이 완벽하지 않았다.
고음으로 올라갈 때마다 목이 메어 삑사리가 날 듯 아슬아슬하게 흔들렸고, 코드 전환도 음반에 실린 프로 연주자들처럼 매끄럽지 못했다.
기계로 완벽하게 박자를 쪼개고 음정을 보정한 디지털 음원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거칠고 투박한 길거리의 소리였다.
그러나 청년의 눈빛만큼은 달랐다.
감은 눈꺼풀 너머로 오직 자신이 튕기는 여섯 개의 쇠줄과 심장의 박동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피가 맺혔다 굳은 손가락 끝으로 프렛을 짓누르며, 터져 나오는 가사를 온몸으로 토해내고 있었다.
'아무도 길을 가르쳐주지 않아도,
넘어지며 그어간 발자국이 내 길이 되리니.
넘어져 깨진 무릎의 흉터마다.
새로운 바람이 불어와 꽃을 피우리라.'
우진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청년의 정수리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과거의 세상이었다면 어땠을까.
중앙 코어 오르비스와 미러 큐브의 계산식이 도시를 지배하던 시절이었다면, 저 청년의 머리 위에는 어떤 표식이 떠 있었을까.
아마도 음반 제작 성공 확률 0.03%.
대중성 지수 최하위.
투자 대비 회수율 마이너스 94%라는 차가운 붉은색 수식과 함께, 자원을 낭비하는 결손 노드로 분류되어 시스템에 의해 강제로 취업 전선이나 공장 라인으로 궤도가 덮어씌워졌을 것이다.
머리 위에는 검은 세모(△)가 드리워지고, 꼭두각시 줄이 굵게 내려와 청년의 손에서 기타를 빼앗았을 것이다.
'너는 재능이 없다. 이 길은 비효율적이다. 시스템이 지정한 사각형의 틀로 들어가라.'
그렇게 수많은 청춘의 불꽃이 계산식이라는 얼음물에 처참하게 꺼져갔었다.
하지만 지금, 청년의 머리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네모도, 세모도, 성공을 보장하는 화려한 금빛 큐브도 없었다.
오직 정오의 맑은 바람만이 청년의 땀방울을 식혀주고 있을 뿐이었다.
비효율적이고, 가난하고, 내일 당장 월세를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는 막막한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은 자신의 손으로 기타 줄을 쥐고, 자신의 목소리로 삶을 노래하고 있었다.
계산되지 않은 길을 스스로 걸어가는 자만이 뿜어낼 수 있는 거룩한 생명력이었다.
4. 박수와 천 원짜리 지폐
노래의 마지막 소절이 끝나고, 청년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기타 줄의 잔향을 손바닥으로 뮤트했다.
주변은 조용했다.
열 명 남짓 모여 있던 구경꾼들은 노래가 끝나자마자 무심하게 흩어졌다.
동전 하나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썰렁한 침묵.
청년은 멋쩍은 듯 마른 침을 삼키며 고개를 숙였다.
기타를 멘 어깨가 미세하게 움츠러들었다.
짝, 짝, 짝.
그 적막을 깨고 맑고 단단한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청년이 놀란 눈으로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곳에 우진이 서 있었다.
우진은 두 손을 가슴 높이로 올려 진심을 담아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의 곁에서 서연과 채린 역시 환하게 웃으며 함께 손뼉을 마주쳤다.
"정말 좋은 노래였습니다."
우진이 천천히 다가가 청년의 발치에 놓인 기타 케이스 앞에 쪼그려 앉았다.
청년은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아…… 감사, 감사합니다. 듣는 분이 계실 줄 몰랐는데……"
"어제 고속도로를 달리다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었습니다. 가사가 참 깊고 따뜻해서 오래 기억에 남았는데, 여기서 직접 라이브로 듣게 될 줄은 몰랐네요."
우진의 말에 청년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청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제…… 제 노래를 라디오에서 들으셨다고요? 인디 방송 심야 코너에 딱 한 번 나간 적이 있긴 한데…… 그걸 기억해 주시다니."
"그럼요. 기계로 만져서 매끄럽게 다듬은 노래들보다, 이렇게 사람의 숨소리와 떨림이 그대로 전해지는 노래가 훨씬 가슴에 와닿는 법이니까요."
서연이 곁으로 다가와 생글생글 웃으며 거들었다.
"맞아요! 저 방송국 기자 출신인데, 요즘 차트 1위 하는 노래들보다 이 노래가 오만 배는 더 좋아요. 가사에 진심이 꽉 차 있잖아요."
우진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빳빳한 만 원짜리 몇 장과 함께, 조금 전 상도동 모퉁이 서재 사장님이 잔돈으로 거슬러주었던 구겨진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지폐를 기타 케이스 안에 넣으며 우진이 청년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청년의 손가락 끝에 박힌 두껍고 거친 굳은살.
수없이 줄을 튕기며 껍질이 벗겨지고 다시 아물기를 반복했을 상처의 흔적이었다.
우진에게는 그 굳은살이, 조금 전 자신이 정성껏 깎아낸 참나무 액자의 옹이처럼 보였다.
상처를 감싸 안으며 스스로 가장 단단해진 생명의 무늬.
"기타를 치신 지 오래되셨나 봅니다. 손끝의 결이 아주 단단하네요."
청년이 쑥스러운 듯 자신의 손가락을 오므렸다.
"아버지는 맨날 딴따라 짓 집어치우고 공무원 시험이나 보라고 소리치시거든요. 친구들도 다들 대기업 들어가서 자리 잡았는데, 저 혼자 길바닥에서 이러고 있으니…… 가끔은 내가 진짜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헛된 고집을 부리는 게 아닌가 무서울 때가 많았습니다."
청년의 목소리에 오랜 외로움과 불안이 묻어났다.
알고리즘이 사라진 세상에서 가장 먼저 찾아오는 것은 자유의 환희이지만, 그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것은 언제나 '내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확실성의 공포였다.
우진은 청년의 어깨를 가만히 다독였다.
"세상에 쓸데없는 고집이란 없습니다. 남들이 정해준 반듯한 사각형의 길을 걸어갈 때는 편안할지 몰라도, 그 길의 끝에는 남의 인생만이 남아 있더군요."
우진의 담담한 어조에 청년이 숨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넘어지고, 손가락에 피가 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내 의지로 선택해서 긋는 선이야말로 진짜 내 인생입니다. 방금 부르신 노래 가사처럼요."
청년의 눈가에 핑 도는 눈물이 맺혔다.
누구도 해주지 않았던 말이었다.
부모도, 친구도, 사회도 오직 '성공할 수 있느냐', '얼마를 버느냐'라는 숫자의 잣대만을 들이대며 그를 다그쳤을 뿐이었다.
그런데 난생처음 보는 낯선 행인이, 자신의 음악과 거친 손가락을 온전히 인정해 주고 있는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진짜, 정말 감사합니다……"
청년이 깊숙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채린이 불쑥 손을 들며 외쳤다.
"저기, 오빠! 혹시 저기 잔디밭에 있는 우리 전시회 자리 와서 노래해 주실 수 있어요? 저기 진짜 멋있는 나무 테이블이 있거든요!"
"어? 전시회요?"
청년이 눈을 깜빡이자 채린이 우진과 서연을 번갈아 보며 활짝 웃었다.
"오늘 우리 전시회에 손님들이 많이 올 텐데, 이 노래를 다 같이 들으면 백배는 더 좋을 것 같아서요. 테이블 위에서 버스킹 어때요?"
청년의 얼굴에 당황과 함께 벅찬 설렘이 번져 나갔다.
우진도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 테이블, 어제 가구 공모전에서 규격 미달로 똑 떨어진 불량 식탁입니다. 노래를 부르기엔 아주 제격인 무대일 겁니다."
5. 도착한 손님들
청년이 낡은 앰프와 기타를 챙겨 들고 세 사람을 따라 잔디밭으로 걸어왔다.
우진이 만든 호두나무 비대칭 다이닝 테이블 앞에 서자 청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와…… 나무가 진짜 살아있는 것 같아요. 이 결 좀 봐요."
"마음껏 밟고 올라서도 끄떡없을 만큼 단단하게 짰으니 걱정 말고 쓰세요."
우진이 털털하게 웃으며 테이블 모서리를 툭툭 쳤다.
청년이 조심스럽게 기타 케이스를 내려놓고 앰프의 코드를 연결하던 바로 그때였다.
"채린아!"
숲길 산책로 저편에서 왁자지껄한 말소리와 함께 대여섯 명의 청년들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가장 앞에서 성큼성큼 걸어오는 건장한 체구의 청년, 박태호였다.
그의 뒤로 단정한 원피스를 입은 한지혜와 뿔테 안경을 쓴 최영훈, 그리고 15년 전 연구소의 참극과 넥스트 큐브의 차가운 챔버 속에서 기계화 병기로 희생되었던 피실험자 동생들이 환한 얼굴로 걸어오고 있었다.
"태호 씨! 지혜 씨! 영훈 씨!"
서연이 반색하며 손을 흔들었다.
채린이 말했던 '아주 특별한 손님들'의 정체였다.
목덜미에 끔찍한 나노 전극 소켓을 달고 오직 살상 알고리즘만을 주입받던 아이들.
시스템이 붕괴된 후 복지 주택과 주민등록을 회복하고, 이제는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 그들이 채린의 첫 전시회를 축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이었다.
"우진이 형! 서연 누나도 오셨네요!"
태호가 우진을 발견하고는 성큼 다가와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그의 얼굴에는 과거의 삭막한 살기 대신, 청년다운 건강한 혈색과 쑥스러운 미소가 가득했다.
"오랜만이다, 태호야. 다들 잘 지냈어?"
우진이 태호의 어깨를 툭 치며 안부를 물었다.
"네! 저 지난주부터 가구 물류 배송 기사로 정식 취직했습니다. 힘쓰는 일 하나는 자신 있으니까요."
태호가 굵은 팔뚝을 자랑하듯 들어 올리며 씩 웃었다.
지혜 역시 채린의 손을 꼭 쥐며 꽃다발을 건넸다.
"채린아, 전시회 축하해. 그림들이 다 너무 따뜻하다."
"언니! 와줘서 고마워요!"
피실험자 동생들은 채린의 그림을 둘러보며 감탄을 연발했다.
그들의 눈에는 더 이상 차가운 적외선 타깃 조준선도, 인과율 연산 노이즈도 흐르지 않았다.
한때 세상을 파멸시키기 위한 부품으로 사육되었던 이들이, 이제는 햇살 아래서 그림을 보고 감동할 줄 아는 온전한 인간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우진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온기가 차올랐다.
아버지가 15년간 지하 챔버에서 온몸으로 엔트로피를 받아내며 지켜내려 했던 것.
자신이 관자놀이의 흉터를 찢어가며 코어 콘솔을 향해 달려갔던 이유.
그것은 거창한 영웅의 승리가 아니라, 바로 이 평범하고 서툰 인간들의 웃음이었다.
"자, 다들 모였으니 우리 오프닝 공연부터 시작할까요?"
채린이 손뼉을 짝 치며 호두나무 테이블 옆에 선 버스커 청년을 소개했다.
"이쪽은 오늘 숲길에서 우연히 만난 멋진 음악가 오빠예요! 우리 전시회를 위해 특별히 노래해 주시기로 했어요!"
태호와 지혜, 영훈이 휘파람을 불며 열렬하게 환호성을 질렀다.
청년은 수많은 사람의 시선에 얼굴이 빨개졌지만, 이내 심호흡을 깊게 하고 기타를 고쳐 멨다.
6. 호두나무 위의 노래
기타 청년의 손가락이 여섯 개의 쇠줄을 힘차게 긁어내렸다.
촤르릉.
경쾌하고도 묵직한 어쿠스틱 기타의 울림이 호두나무 테이블 상판을 타고 숲길 잔디밭 전체로 퍼져 나갔다.
우진이 정성껏 대패질하고 오일을 먹인 호두나무 원목은, 거친 기타의 진동을 고스란히 머금으며 마치 하나의 거대한 공명통처럼 맑은 울림을 증폭시켰다.
청년의 목소리가 초여름의 푸른 하늘을 향해 터져 나왔다.
'정해진 시간표는 찢어버려도 좋아.
오늘 하루가 길을 잃었다 해도,
바람은 언제나 빈 들판으로 불어오니까.'
숲길을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하나둘 멈추어 섰다.
자전거를 타던 소년도, 유모차를 밀던 젊은 부부도, 손을 꼭 잡고 걷던 노부부도 노래가 울려 퍼지는 호두나무 테이블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비대칭으로 깎여 나간 테이블의 자연스러운 곡선.
가운데 박힌 깊고 단단한 옹이의 갈색빛.
그리고 그 주위에 둘러 세워진 채린의 삐뚤빼뚤하고 다채로운 그림들.
그 모든 풍경이 청년의 노랫소리와 완벽하게 하나의 유기체처럼 어우러졌다.
청년은 더 이상 음정이 흔들릴까 두려워하지 않았다.
고음에서 목이 살짝 갈라져도, 손가락이 삐끗해 플랫 노이즈가 섞여도, 그는 멈추지 않고 온 힘을 다해 가슴속의 멜로디를 토해냈다.
그것은 실수가 아니라, 오직 살아있는 인간만이 낼 수 있는 가장 진실한 울림이었다.
사람들의 얼굴에 하나둘 미소가 번져 나갔다.
박태호는 굵은 팔뚝을 흔들며 박자를 맞추었고, 한지혜와 최영훈은 어깨를 들썩이며 노래를 따라 흥얼거렸다.
한서연은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어 그 눈부신 순간을 사진 속에 담았고, 윤채린은 스케치북을 펼쳐 들고 크레파스로 노래하는 청년과 관중들의 실루엣을 거침없이 그리기 시작했다.
우진은 한 걸음 물러서서 그 모든 광경을 조용히 눈에 담았다.
그곳에 모인 수십 명의 사람들.
그들의 머리 위에는 당연하게도 아무런 기하학적 도형이 없었다.
어떤 이는 오늘 시험에 떨어져 쓰린 가슴을 안고 있었을 것이고, 어떤 이는 사랑하는 연인과 다투어 우울했을 것이며, 어떤 이는 사업의 실패로 벼랑 끝에 서 있었을지도 모른다.
과거의 시스템은 그 불행과 결손을 '오차'라 부르며 강제로 잘라내려 했다.
실패하지 않는 삶, 아프지 않는 궤도, 슬픔이 거세된 완벽한 사각형의 감옥.
하지만 고통이 없으면 성장의 결도 새겨지지 않는다.
넘어지지 않는 다리로는 결코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수 없다.
비바람을 맞고 부러진 자리에서 굳어진 옹이가 참나무의 가장 단단한 중심이 되듯, 인간은 상처와 실수를 겪으며 비로소 저마다의 고유하고 아름다운 결을 완성해 나가는 존재였다.
노래가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청년의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져 호두나무 상판 위로 튀었다.
투명한 수지로 메워진 옹이 위로 햇살과 땀방울이 겹쳐지며 눈부신 금빛으로 산란했다.
'우리는 모두 서투른 방랑자.
하지만 이 길 끝에서 마침내 웃으리라.
내가 살아온 모든 날들이
나만의 노래였음을 알게 되리라!'
콰앙!
마지막 스트로크가 허공을 가르고, 청년이 벅찬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숙였다.
찰나의 정적이 흐른 뒤, 숲길을 가득 메운 수백 명의 관중 사이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
"앵콜! 앵콜!"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환호성을 질렀다.
아이들은 잔디밭을 뛰어다니며 손뼉을 쳤고, 어른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아낌없는 갈채를 보냈다.
기타 청년은 쏟아지는 박수갈채 속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마침내 감정에 북받친 듯 눈가를 훔치며 환하게 웃었다.
그것은 숫자로 계산된 0.03%의 확률을 깨부수고, 한 인간의 순수한 영혼이 세상과 직접 부딪혀 피워낸 기적의 순간이었다.
7. 무형의 궤도 위에서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채린의 전시 공간으로 흘러들어왔다.
탁자 위에 놓인 작은 수제 엽서들은 순식간에 동이 났고, 사람들은 호두나무 테이블 주변에 둘러앉아 서연의 책 《선택할 권리》와 채린의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태호와 피실험자 동생들은 관람객들에게 시원한 보리차를 나누어주며 자원봉사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해가 뉘엿뉘엿 서쪽 하늘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숲길 위로 붉고 노란 노을빛이 길게 드리워졌다.
전시 정리를 마친 뒤, 기타 청년이 짐을 챙겨 우진에게 다가왔다.
그의 낡은 기타 케이스 안에는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넣어준 지폐와 동전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값진 것은 청년의 눈동자에 깃든 단단한 확신이었다.
"선생님,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무대였어요."
청년이 깊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우진은 청년의 손을 꼭 쥐었다.
굳은살이 박인 그 거친 손에서 전해져 오는 체온이 가슴을 뭉클하게 적셨다.
"제게 감사할 것 없습니다. 그 자리를 빛낸 건 청년분의 노래와 진심이었으니까요."
"저, 앞으로도 계속 노래할게요. 넘어지고 깨져도, 제 힘으로 끝까지 기타를 놓지 않겠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 다음번엔 더 큰 무대에서, 아니 길거리 어디에서든 또 만납시다."
청년은 눈가를 붉히며 환하게 웃은 뒤, 기타를 등에 메고 노을이 지는 숲길 너머로 씩씩하게 걸어 나갔다.
그의 뒷모습은 더 이상 초라하거나 위태로워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발로 온전히 대지를 딛고 걸어가는 자의 당당함이 배어 있었다.
"우진 씨."
어느새 다가온 서연이 우진의 곁에 나란히 섰다.
노을빛을 받은 그녀의 갈색 눈동자가 투명하게 반짝였다.
"참 신기하죠? 시스템이 정해준 길을 갈 때는 그토록 불안하고 답답했는데, 이렇게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길을 보니까 오히려 마음이 놓여요."
서연의 말에 우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률과 통계로 사람의 삶을 가둘 수 있다고 믿었던 게 오만이었습니다. 인간은 계산식대로 살아가는 부품이 아니라, 저마다의 결을 지닌 나무 같은 존재니까요."
우진은 호두나무 테이블 위에 손을 얹었다.
초여름의 밤바람이 불어와 나뭇잎들을 기분 좋게 흔들었다.
저 멀리서 채린과 태호, 지혜가 까르르 웃으며 돗자리를 정리하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머리 위의 기하학적 도형들이 사라진 자리.
그 텅 빈 공간이야말로, 인간이 비로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무한한 도화지였다.
8. 저녁 어스름의 소식
모든 짐을 1톤 트럭에 싣고 홍대를 빠져나왔을 때는 이미 도심에 짙은 어둠이 깔린 뒤였다.
서연과 함께 상도동으로 돌아오는 길, 한강 다리 위를 달리는 차창 밖으로 서울의 화려한 야경이 펼쳐졌다.
강물 위로 부서지는 수천 개의 불빛들.
과거 그 불빛들은 모두 중앙 코어의 격자망 안에서 통제되던 차가운 데이터의 점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불빛들은, 저마다의 방에서 누군가가 찌개를 끓이고, 책을 읽고, 사랑하는 이와 대화를 나누며 켜둔 살아 숨 쉬는 온기였다.
상도동 147번지 골목길에 트럭을 세우고 호두나무 테이블을 다시 작업실 안으로 옮겨놓았다.
서연은 피곤했는지 작업실 나무 의자에 깊숙이 기대앉아 따뜻한 둥굴레차를 홀짝였다.
"아, 오늘 하루 진짜 보람찼다. 채린이 그림도 너무 좋았고, 그 버스커 노래는 자꾸 귓가에 맴도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서연 씨. 운전도 제가 안 하고 서연 씨가 다 챙겨주셔서 편하게 다녀왔네요."
우진이 웃으며 앞치마를 정리하던 그때, 작업대 위에 올려두었던 서연의 스마트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화면에 뜬 발신자는 '대검찰청 최현석 차장검사'였다.
서연의 표정이 순간 진지하게 굳어졌다.
"최 차장님이에요."
서연이 전화를 받아 스피커폰을 켰다.
"여보세요, 차장님?"
- 한 기자, 늦은 시간에 미안합니다.
아직 상도동 강 목수와 함께 있습니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최현석의 목소리는 몹시 차분하면서도 깊은 무게감이 실려 있었다.
"네, 마침 작업실에 같이 있습니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 오늘 오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와 법원의 최종 승인이 떨어졌습니다.
"승인이요? 설마……"
- 그렇습니다.
테헤란로 지하 100미터 참사 현장, 옛 넥스트 큐브 본사 부지의 영구 처리 방안이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우진과 서연은 숨을 죽인 채 수화기에 집중했다.
- 그 흉물스러운 지하 매몰지와 붕괴된 지상 부지를 완전히 정화하고, 그 자리에 시민들을 위한 대규모 '시민 기억 생태 공원'을 착공하기로 결의했습니다.
거대 기업의 독점과 알고리즘의 감옥이었던 공간을, 시민들이 자유롭게 거닐고 쉴 수 있는 숲으로 되돌려주는 겁니다.
서연의 눈이 커지며 우진을 바라보았다.
우진의 가슴속에서도 묵직한 파문이 일었다.
전 인류를 사각의 틀에 가두려 했던 바벨탑의 잔해.
서지훈이 절대적인 통제를 꿈꾸며 수백만 명의 궤도를 짓밟았던 그 어둠의 진원지가, 마침내 흙과 나무가 숨 쉬는 공원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소식이었다.
- 강 목수님, 듣고 계십니까?
최 차장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우진을 불렀다.
"네, 차장님. 듣고 있습니다."
- 공원 한가운데에, 과거의 상처를 기억하고 인간의 자유의지를 기리는 작은 기념 조형물과 쉼터가 조성될 예정입니다.
총괄 건축가들이 강 목수님께 그 쉼터의 중심이 될 대형 원목 벤치와 상징물의 설계를 부탁하고 싶어 합니다.
옹이진 상처를 가장 아름다운 결로 살려내는 목수라면, 그 자리에 어떤 나무를 심고 깎아야 할지 가장 잘 알 테니까요.
우진은 대답 대신 작업실 벽면에 기대어 있는 호두나무 테이블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비대칭의 곡선, 그리고 정중앙에 선명하게 박힌 거친 옹이.
상처는 부끄러운 결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비바람을 견뎌내고 살아남았음을 증명하는 가장 단단한 훈장이었다.
지하 100미터 차폐실의 어둠 속에서 15년을 견뎌냈던 아버지의 척수처럼.
관자놀이에 깊게 새겨진 자신의 4센티미터 흉터처럼.
그리고 통제의 시대를 지나 마침내 자유를 되찾은 수많은 인간의 눈물처럼.
"영광입니다, 차장님."
우진이 가만히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가장 거칠고 단단한 옹이를 품은 나무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쉼터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서연이 감격에 젖은 눈으로 우진을 바라보았다.
"우진 씨…… 테헤란로에 공원이 들어선대요. 우리가 부쉈던 그 지옥 위에, 푸른 나무들이 자란대요."
"네. 이제 진짜로 끝났고, 진짜로 시작되려나 봅니다."
우진은 작업대 앞으로 다가섰다.
창밖 골목길 너머로 밤하늘의 은하수가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정해진 시간표도, 계산된 미래도 없는 내일.
그 불확실하고도 아름다운 무형의 궤도 위에서, 우진은 새로운 나무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독자님의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추천이 작가님의 다음 이야기를 피워냅니다.